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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다시 찾은 마리안느 수녀, "하늘만큼 행복했었요"

11년 만에 방한한 수녀, 43년간 한센인과 함께 한 삶에 대해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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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방한한 수녀, 43년간 한센인과 함께 한 삶에 대해 밝혀

▲ 2005년 고국 오스트리아로 갔다가 11년만에 소록도를 찾은 마리안느 수녀.



“어떤 사람이든 한결같은 사랑으로 대했다. 내 엄마 같다고 느꼈다. 어떤 여자아이는 온몸에 물집이 생겨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터지고 또 터지고 했다. 그런 아이도 조금도 싫은 기색 없이 친절하게 치료했고, 심한 상처도 다 치료해줬다.”


“신앙을 배웠다. 봉사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 행동이 나를 변하게 했다. 생활 자체가 기도였고, 하느님을 향해 있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공을 조금이라도 보이고 싶고, 칭찬받고 싶어한다.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소록도 한센인들이 마르안느 스퇴거(82) 수녀를 두고 한 말이다. 소록도에서 1962년부터 43년간 한센인들을 위해 봉사하다 2005년 11월 짐이 되기 싫다며 훌쩍 고국 오스트리아로 떠난 마리안느 수녀가 11년 만에 다시 소록도를 찾았다. 광주대교구와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이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17일) 행사에 참석해달라고 수녀를 초청한 것.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인터뷰에 응한 적이 없던 마리안느 수녀가 4월 26일 소록도병원 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들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마리안느 수녀는 긴장한 빛이 역력했지만 따스하면서도 다정한 눈빛은 한센인을 돌보던 예전 그대로인 듯했다. 우리 말이 유창하지는 않았으나 짧은 한마디 한마디에 담겨 전해지는 진심에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마리안느 수녀는 그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것에 대해 “특별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알릴 필요가 없었다”면서 “사소한 일이 기사화되고 높게 평가받는 것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마리안느 수녀가 “기자들이 거짓말도 하고…”라고 웃으면서 말해 기자들도 함께 웃었다.


“소록도에 다시 오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섬에 온 것이 정말 기쁩니다. 와서 보니 많이 변했고 또 좋아졌습니다. 한센인들을 위해 애쓰는 모든 이가 고맙습니다.”


마리안느 수녀는 “28살 젊은 나이에 소록도로 온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따라 고통받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현하자는 생각 하나로 기도하면서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4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고 회고했다.


“환자가 치료를 받고 가족에게 돌아갈 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한센인은 가족과 단절된 경우가 많은데, 가족이 기다려주고 받아줄 때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완치된 후에도 여전히 외면당하는 한센인을 볼 때는 무척 마음이 아팠습니다.”


마리안느 수녀는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한센인을 아주 친한 친구로 여기며 지냈다”면서 자신도 한센인들에게 좋은 친구로 기억되기를 희망했다.


2005년 건강이 악화되면서 달랑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것은 마리안느 수녀에게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더 이상 일할 수 없어서 떠나는 것이었기에 무척 힘들었습니다. 마음이 무거웠고,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전화와 편지로 소록도 소식을 전해 듣고 있습니다. 기도 안에서 하나가 되어 살고 있습니다.”


마리안느 수녀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죽음의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안다면 그 믿음으로 살 수 있다”며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고통받고 있는 사람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백 년 가까운 소록도에서의 인생이 행복했느냐는 질문에 마리안느 수녀는 더없이 환한 얼굴로 이렇게 답했다.


“행복했습니다. (양손으로 큰 원을 그리며) 하늘만큼…”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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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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