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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죄? 소죄? 죄에도 사이즈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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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신부가 신자에게 고해성사를 집전하고 있다.【CNS】


"죄란 이성과 진리와 올바른 양심을 거스르는 잘못이다. 죄는 어떤 것에 대한 비뚤어진 애착 때문에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참다운 사랑을 저버리는 것이다." 「가톨릭교회교리서」가 밝히는 죄의 정의입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1846-1896항)를 중심으로 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죄란 무엇인가

성경은 하느님께서 세상과 그 안에 있는 온갖 것을 지어내시고 사람을 당신 모습으로 창조하시고는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고 전합니다. 죄는 이렇게 "참 좋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침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그래서 죄를 "영원한 법에 어긋나는 말이나 행위나 욕망"이라고 정의했지요.

하느님의 법에 어긋나는 죄는 "하느님께 대한 모욕"이자 "하느님께 대한 반항"입니다. 나아가 죄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거슬러 맞서며 우리 마음을 하느님에게서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합니다. 이러한 죄는 인간의 본성에 상처를 입힐 뿐 아니라 인간의 연대성을 해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자기 자신과의 관계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를 해치는 것입니다.

 

◇대죄와 소죄

죄는 그 경중에 따라 대죄(大罪, 죽을 죄)와 소죄(小罪, 용서받을 죄)로 나눕니다.
 

대죄(죽을 죄): 하느님의 법을 크게 어겨 인간 마음 안에 있는 생명 원리인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근본적으로 거스르고 파괴하는 죄를 말합니다. 예컨대 하느님을 모독하거나 거짓 맹세를 하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근본적으로 어기는 것이 됩니다. 또 살인을 하거나 간통을 하는 것은 이웃에 대한 사랑을 어기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근본적으로 거스르는 죄가 대죄입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나아가 어떤 죄가 대죄가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첫째, 중대한 문제를 대상으로 하고, 둘째, 완전히 의식하며, 셋째, 고의로 저지를 때 대죄가 되는 것입니다.

중대한 문제란 십계명을 거스르는 죄를 말합니다. 그런데 십계명에도 경중이 있지요. 살인은 도둑질보다 더 무겁습니다. 폭력도 부모에게 행사한 폭력은 그 자체로 다른 사람에게 휘두른 폭력보다 더 무겁습니다. 완전히 의식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악하고 하느님의 법을 거스른다는 것을 완전히 알고 있으면서 저지르는 것을 말합니다. 고의로 저지른 죄라는 것은 의도를 가지고 저지르는 죄를 가리킵니다. 똑같은 죄를 고의가 아니라 무지에서 지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그 죄에 대한 책임이 줄어듭니다. 순간적으로 격한 감정이 일어나서 저지른 죄, 외부의 압력에 의해 또는 병적 장애에 의해 저지르는 죄도 책임이 줄어들 수 있지요. 하지만 악의를 가지고 고의로 짓는 죄는 가장 무거운 죄입니다.

대죄는 생명 원리인 사랑을 상실하게 하고 성화 은총을 박탈해 버립니다. 이 은총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오로지 하느님의 자비에 달려 있기에 인간의 진실한 회개와 함께 하느님의 자비에 맡겨드리는 성사 곧 고해성사를 통해서만 다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소죄(용서받을 죄) :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어기고 해치기는 하지만 그 사랑을 사라지게 하지는 않는 죄를 말합니다. 가벼운 문제에 대해 도덕률이 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았거나 중대한 문제에 대해 도덕률을 어겼지만 완전히 의식하지 못했거나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긴 것이라면 소죄가 됩니다. 예를 들면 엉겁결에 거짓말을 했다거나 남의 일에 쓸데 없이 참견해서 화를 돋군다거나 또는 비웃음을 흘리는 행위 등은 소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소죄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지 않기에 고해성사를 보지 않더라도 인간의 참회 행위를 통해서 속죄할 수 있습니다.

현세에서 살아가는 동안 소죄들을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죄라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습관적으로 범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속담에 바늘 도둑 소 도둑 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소죄라 하더라도 자꾸 범하면 양심을 흐리게 하고 판단을 그르치게 해 악습을 형성하게 합니다.

다른 많은 죄를 만들면서 이런 악습들의 뿌리가 되는 죄를 죄종이라 합니다. 전통적으로 교회에서는 죄종을 일곱가지로 구분해 왔는데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가 그것입니다.

 

죄는 개인이 짓는 것이기에 개인적 행위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이 짓는 죄에 협력하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그 죄에 직접적이고 고의적으로 관여하는 일뿐 아니라, 그 죄를 명령하거나 권장하거나 칭찬하거나 승인하는 일, 그 죄를 알리거나 막아야 할 의무가 있을 때 그렇게 하지 않은 일, 그리고 그런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편들거나 보호하는 일 등이 포함되지요.

 

이창훈 기자 changhl@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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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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