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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보다 먼저 사임할 뻔했던 교황은

복자 바오로 6세, 사임서 미리 작성한 것으로 밝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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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수행 중 사임 의사를 밝힌 교황은 베네딕토 16세뿐만이 아니었다. 20세기 가톨릭교회의 현대화를 이끈 복자 바오로 6세(재위 1963~1978, 사진) 교황도 “치료할 수 없거나 질병이 장기간 지속돼 직무를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경우”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사임서를 미리 써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급비밀에 속하는 이 사임서는 교황궁내원의 레오나르도 사피엔자 몬시뇰이 최근 발간한 책 「바오로의 돛단배」를 통해 공개됐다. 작성 연도는 선종 13년 전인 1965년이다.
 

하지만 사임서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바오로 6세는 요한 23세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마무리하고, 공의회 정신에 근거해 교회 쇄신과 현대화를 왕성하게 추진하다 1978년 81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사임서 곳곳에서 직무에 대한 책임감과 교회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하느님 앞에서 책임을 인식”,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는 우리 사명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기에”, “교회 선익을 위해” 등의 구절은 교회와 세상을 위한 사랑에서 비롯된 결단임을 말해준다.
 

이탈리아 밀라노대교구장 출신인 바오로 6세는 15년 재위 기간에 기념비적인 기록을 많이 남겼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 사목 방문을 한 최초의 교황이다. 예루살렘과 터키 이스탄불로 날아가 교회일치운동의 기반을 다졌는가 하면 1964년 인도를 방문함으로써 아시아 땅을 밟은 최초의 교황이 됐다. 성덕과 지식도 남달라 신부 시절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오로 6세의 사임서에 대해 “그리스도와 교회를 위한 겸손하면서도 예언자적인 사랑으로 가득하다”며 “그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자신에게 집중된 교회와 세상의 요구, 그리고 심각한 질병이 있으면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라고 논평했다.
 

교황 종신제는 초세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이자 불문율이다. 베네딕토 16세가 2013년 “고령으로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온전한 자유의지로 사임한다”고 전격 선언했을 때 찬사가 쏟아진 이유는 합리적 판단으로 뿌리 깊은 전통을 깼기 때문이다. 사실, 베네딕토 16세가 처음은 아니다. 3세기 성 폰시아노, 15세기 그레고리오 12세 등 몇몇 교황이 중도에 사임한 역사가 있다.   
 

교회법상 교황직 사임의 길은 열려 있다. “혹시라도 교황이 그의 임무를 사퇴하려면 유효 요건으로서 그 사퇴가 자유로이 이뤄지고 올바로 표시돼야 하지만 아무한테서도 수리될 필요는 없다.”(제332조 2항)  
 

그동안의 발언을 분석하면, 프란치스코 교황도 종신제를 고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전임자의 결단에 대해 “그분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제도적인’ 문을 열어 놓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며칠 전인 15일에는 “나도 (바오로 사도처럼)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은총을 주님께 청한다”고 말했다. 바오로 사도가 에페소 교회 원로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제1독서(사도 20,17-27)에 대해 강론하는 중이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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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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