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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명은 다수결로 결정될 수 없습니다”

헌법 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에 대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의 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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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헌법재판소는 11일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269조 1항과 제270조 1항에 대해 다수결에 의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임신의 모든 단계에 예외 없이 전면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형법 조항이 태아의 생명권만을 일방적이고 절대적으로 강조하면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이런 결정은 태아의 생명권을 개인의 자기 결정권과 동등한 수준으로 바라보고 결국 태아의 생명권을 박탈한 것입니다. 그러나 “생명은 근본적인 것이며 다른 모든 것들의 조건이 됩니다. 그러므로 생명은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것으로 다른 권리들과 동등하게 바라볼 수 없습니다. 국가는 이번 결정을 통해 “각 사람의 권리를 보존하고 가장 약한 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자신의 사명까지 일정 부분 포기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헌법 재판소는 뿐만 아니라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그 보호정도나 보호수단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명시하면서 태아가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인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 낙태의 가능성을 열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여러 단계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다른 차별과 마찬가지로 결코 정당화시킬 수 없습니다. 생명권은 몹시 허약한 노인도 완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며 불치병 환자도 생명권을 박탈당할 수 없습니다. 이 생명권은 방금 태어난 유아에게도 성인 못지 않게 똑같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인간 생명의 존중은 잉태되는 첫 순간부터 요구되는 것입니다.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닌,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낙태죄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생명의 가치를 부정하지도 낙태를 당연시하려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다만 여성을 임신과 출산의 부담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낙태죄의 개정을 요구한 이번 결정은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인공유산의 경우에는 이 처벌의 포기가, 바로 이제는 입법자들이 인공유산을 인간 생명에 대한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살인은 지금도 항상 엄격히 처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다시 한 번 낙태는 “무고한 인간 존재를 고의로 죽이는 것이므로 언제나 심각한 윤리적 무질서를 초래한다는 것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지금 언론에서는 오직 가톨릭 교회만이 낙태를 반대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며 낙태죄를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일개 종교의 입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교회는 창립자이신 하느님을 닮아 “반대를 받는 표징”(루카 2,34)이 된 것에 놀라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명 존중은 단지 종교적인 입장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이성을 지닌 모든 이들은 생명이 모든 이가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보편적인 가치라는 것을 인정할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그리고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신성하고 침해할 수 없는 인간 생명의 가치를 훼손하고 더 많은 여성과 태아를 낙태의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을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 더욱 한 마음으로 이 땅의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특별히 생명이 사회의 근본 가치라면 임신과 출산은 단지 개인의 선택의 문제로 머물지 않습니다. 임신과 출산은 국가와 사회가 함께 관심을 갖고 짊어져야 할 과업이며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입니다.

이미 한국 천주교회는 낙태를 사실상 합법화 했던 모자 보건법 14조의 폐지를 위해서 노력하였고 낙태의 위험에 처해 있는 미혼모들과 태아들을 위한 미혼모자 시설, 보육원, 입양원 등을 각 교구와 수도원 차원에서 설립 운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서울 대교구는 미혼모를 실질적으로 돕기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지금은 더 많은 활동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모든 교우들은 생명 존중을 위한 교회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도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생명의 복음을 선포해야 할 것입니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심어주고 특히 각 본당은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 인간의 사랑과 성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낙심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빛은 어둠 속에서 더 밝게 빛납니다.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로마 18, 1)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생명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 주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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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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