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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홍보 주일 담화에서 왜 가정을 이야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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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소통 문제의 원인·해법을 가정에서 찾아… 현대 매체의 선용 강조
 

담화 해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49차 홍보 주일(17일)을 맞아 홍보와는 무관해 보이는 ‘가정’을 주제로 담화를 발표했다. 매우 이례적이다. 대중 매체를 통한 효과적인 교회 사도직 수행을 위해 제정했다는 홍보 주일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정이 사회와 교회의 뿌리인 동시에 홍보 주일이 지향하는 ‘소통’이 시작되는 기초 공동체라는 점에서 교황의 접근 방식은 본질적이면서 신선하다. ▶담화 요지 3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0월에도 가정을 주제로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열리는 것도 홍보 주일 담화 주제를 가정으로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교황도 밝히고 있듯이 이번 홍보 주일 담화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취지와 맥을 같이 한다.

교황이 가정을 소통의 중심에 둔 것은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것이 이뤄진다’(家和萬事成)는 고사성어처럼 가정의 소통이 모든 소통의 출발이자 핵심이라는 인식에서다. 인간은 누구나 가정에서 태어나 말을 배우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법을 익힌다. 세상과 만나는 것도 가정을 통해서다. 가정은 ‘서로의 차이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곳’(「복음의 기쁨」 66항)이다.

교황은 담화에서 사회적 소통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가정에서 찾았다. 세상은 가정의 확대판이기에 가정에서의 소통이 잘 이뤄질 때 사회적 소통 또한 원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황은 “곁에 있음의 소중함을 깨닫고 서로 더욱 가깝게 다가가는 것”을 소통으로 보았다.

교황은 가정 구성원 모두가 서로에게 개방적이어야 가정이 성장하듯 각 가정이 또한 다른 가정에 개방적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교황은 “가정이 자신을 벗어나 밖으로 문을 열어 숨을 쉴 때 살아 있게 된다”며 “이를 실천하는 가정들은 생명과 친교의 메시지를 전하고 상처받은 가정에 위로와 희망을 주어 가정들의 가정인 교회 성장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교황이 소통의 한 방법으로서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 ‘용서’다. 완벽한 사회가 없듯이 완벽한 가정 또한 있을 수 없다. 가족 구성원 모두 불완전하며 죄를 짓고 또 갈등을 빚으며 산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사랑해야 하는 것이 가족이다. 용서는 그 자체로 역동적인 소통의 과정으로 따라서 가정은 용서의 학교가 된다.

교황은 “가정에서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법 존중하며 말하는 법 다른 이의 관점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자기 관점을 표현하는 법을 배운 아이는 사회에서 대화와 화해를 증진하는 사람이 된다”고 했다. 가정에서 용서를 배우지 못한 사람은 사회에서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황은 현대 매체들을 선용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현대 매체들은 가정 안에서 그리고 가정과 가정 사이의 소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동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교황의 지적은 다양한 매체를 포함한 과학기술에 대한 교회의 기본 인식이기도 하다. 교황은 현대 매체가 열어준 새로운 가능성에 지배당하기보다 현명하게 사용하기를 권했다. 현대 매체는 과학기술이 그런 것처럼 그 자체로서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선과 악은 매체를 사용하는 인간에게 달린 것이다. 매체는 잘못이 없다.

교황은 담화 마지막 부분에서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늘날 범람하고 있는 온갖 매체도 결국 소통을 위한 것이고 그 소통의 본질이 대화라고 할 때 대화의 요람인 가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교회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때마다 초기 교회 공동체를 떠올리며 난관을 헤쳐나갔다. 초기 공동체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모범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홍보 주일과 가정을 접목한 것도 비슷한 이치다. 교황은 담화에서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소통 역시 가정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일깨웠다.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 것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홍보 주일 담화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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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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