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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구 ‘신임 군종수녀 오리엔테이션’ 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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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국군중앙주교좌성당 대성전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침묵이 흘렀다. 대성전 안에는 군본당에서 새로운 소임을 맡은 수녀들이 숨소리까지 죽여 가며 기도하고 있었다.


■ 신임 군종수녀들, 자신의 소명을 찾다

군종교구 교육국(국장 여현국 신부)이 4월 27일 국군중앙성당에서 마련한 ‘2018년 신임 군종수녀 오리엔테이션’에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성가소비녀회,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등 6개 수도회 소속 10명의 수녀들이 참석해 자신들에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 찾았다.

군종본당은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민간본당과 달리 현역 군인과 그 가족, 군무원 등을 사목 대상으로 하는 속인주의 성격의 본당이다. 그래서 전국 교구 중 유일하게 군종교구만이 교구에 부임한 수녀들을 대상으로 매해 오리엔테이션을 열고 있다.

교구장 유수일 주교가 주례한 오리엔테이션 시작 미사 역시 고요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봉헌됐다. 유 주교는 강론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하느님을 만날 수 있고 이런 가르침을 담아 군종교구는 「군인교리서」를 만들었다”며 “다른 건 몰라도 예수 그리스도가 누군지 알고 그분을 우리 가슴에 모시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주교는 예수님이 제자들을 파견한 목적은 말씀 전파와 병 치유로 상징되는 애덕의 실천이었다고 설명하고 “군본당에서 소임을 맡은 수녀님들이 열심히 일하는 가운데 조용히 물러나 기도하는 시간도 꼭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복음 전파는 곧 영혼을 구원하는 일이고 단 한 영혼이라도 더 구원하기 위해 소명의식과 사명감, 책임감을 느끼면 기쁘게 일하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유 주교는 강론을 마무리하며 “수녀님들이 군복음화에 기여하며 보다 많은 군인 신자와 가족들이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을 느끼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사 중 평화의 인사 시간에는 제단에서 내려와 신임 군종수녀 한 명 한 명과 손을 맞잡고 부임한 군본당이 어디인지 물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 군종신부가 못하는 역할을 군종수녀가 맡는다

오후에는 국군중앙성당 회합실로 자리를 옮겨 여현국 신부가 군본당의 특성과 군부대 조직, 군의 계급체계, 군인 신자들의 신앙생활 양상 등을 다룬 강의와 군종장교들의 활동상을 담은 영상을 준비했다. 군본당에 갓 부임한 수녀들은 민간본당이나 수도회에서는 좀처럼 들을 기회가 없었던 낯선 군대 용어에 귀를 쫑긋 세우고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 신부는 “직업군인들 중 장교들은 1~2년마다 전국 각지로 근무지를 이동하는 데다 중견 장교들의 경우 자녀 교육 문제로 아내와 자식들은 대도시에 남겨두고 홀로 부대에서 생활하는 사례가 많다”며 “군종신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는 모성애를 갖춘 군종수녀들의 세심한 손길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숙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수녀원·군종교구 자운대본당)는 “나이 들어서 군종교구에 오니 젊어지는 것 같아 오히려 행복하다”면서 “신경쓸 것이 많은 민간본당과 달리 군본당에서는 장병들에게 작은 것이라도 더 베푼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희 수녀(성가소비녀회 의정부관구·군종교구 노도본당)는 “강의 영상물에 소개된 선배 군종수녀들의 경험담과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신임 군종수녀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수녀들은 강의를 들은 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견학하는 시간도 가졌다.


◎ 군종수녀 사도직 활동 역사

현재 전후방 각지 군종교구 본당과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등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는 군종수녀는 모두 39명이다. 교구 전체로 보면 많은 수는 아니지만 군인 신자들에게 영적 아버지 역할을 하는 군종신부들이 하기 힘든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구석구석에서 맡고 있다는 면에서 군종수녀들의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다.

군종수녀들의 활동은 6·25전쟁 중 부산에 세워진 육군 병원에서 부상 군인들을 위한 간호와 전교활동에서 시작됐다.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와 성가소비녀회 등이 군종수녀를 처음 파견한 곳이지만 활동 기록이 체계적으로 남아 있지 않은 점이 아쉽다. 군종교구 발간 「천주교 군종교구사」에도 1950년대 초반 군종수녀들의 구체적인 인적사항은 기록돼 있지 않다.

군종수녀들의 활동이 군 내에서 자리 잡은 것은 1970년 무렵으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는 1970년 2월 육군본부에서 주일미사 지도, 성가 연습, 예비신자 교리, 교적 정리 업무를 맡아 신자들을 조직화했다. 또한 서울지역 군인아파트에 거주하는 신자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전교활동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후방 지역 군부대에서는 대구시 신암동에 위치해 있던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들이 육군 제2군사령부 성당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천주교 군종교구사」에 의하면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는 1959년부터 매주 1회씩 군병원 입원 환자들을 방문해 신심회복에 도움을 주고 종교 강연회와 피정 지도를 맡아 한국교회의 군종업무 수행에 크게 기여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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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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