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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435) 차라리 내가…


'강 신부님, 제 동생이 갑자기 하느님 품으로 갔네요.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며칠 전 아는 수녀님으로부터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 수녀님은 외국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계신데, 동생의 갑작스런 선종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했습니다. 귀국 직후 수녀님은 주변 분들에게 동생의 선종 소식을 알리며 기도를 부탁하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나는 그 문자를 받는 순간, 빈소가 너무 멀어서 조금은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아파서, 하던 일을 멈추고 늦은 시간 지방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갔습니다. 그 동생의 해맑은 영정 사진 앞에 가서 분향을 드린 후, 터질 듯 터질 듯한 눈물을 꾹 참고 빈소를 지키고 있는 수녀님과 부모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수녀님은 내게 연신 '먼 길, 달려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조문을 마치고 접객실 한 쪽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동생의 친구들이 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 동생은 본당에서 청년회 활동을 오랫동안 했기에 성당 친구들도 많았고, 너무나 갑작스러운 소식에 다들 눈들이 벌건 상태에서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제 꿈을 펼칠 나이인데, 그리고 꿈을 이루고자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는 모든 것 다 내려놓고 하느님께로 가고 있는 영정 사진 속 해맑은 모습의 동생을 생각하니 가슴은 계속 멍? 했습니다.

수녀님은 문상객을 위해 준비한 식사를 가져오셨고, 나는 동생이 주는 마지막 식사라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으로 먹는 척 했습니다. 그런데 목이 메어서…. 하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시는 수녀님 앞에서 차마 슬픔의 티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나는 식사하면서 수녀님의 선교지 생활에 대해 물었고, 수녀님은 그저 잘 지내고 있다는 말만 했습니다.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조문을 마치고 장례식장에서 나와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피정의 집에 가서 하룻밤 묵고, 그다음 날 아침에 장례미사 시간에 맞춰 성당으로 갔습니다. 해맑고 아름다운 청년의 장례미사라 성당 입구에서부터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습니다. 운구 차량이 도착하고, 동생의 관이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성당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오면서 장례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본당 신부님은 정성스레 장례미사를 집전하셨고, 수녀님과 그 부모님들 그리고 유가족들은 기도 안에서 슬픔을 극복하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영성체가 끝나고 고별식을 할 때였습니다. 사실 나는 미사 시작 때부터, 영정 사진이 있는 쪽 좌측 의자에 앉아 계신 할머니 한 분을 봤는데, 그분은 미사 시간 내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영성체 할 때에도 말입니다. 그래서 보좌 신부님이 고별식을 주도할 때 나는 가족들 옆으로 다가가서, 그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별식 때 할머니는 처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셨는데, 구부정한 어깨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꼬질꼬질한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만 닦고 계셨습니다. 할머니는 제대 위 십자가 한 번 쳐다보고, 영정 사진 쳐다보고, 그렇게 반복된 행동을 몇 번을 하시고. 이어서 할머니는 한탄의 소리를 내시는 듯했습니다. 정확하게 들을 수는 없었지만, '하느님, 차라리 이 늙은이를 데려가지…. 차라리 내가 저 관 속에 들어가야 했는데…. 차라리…. 아이고, 내 새끼, 아이고 내 새끼!'

그 장면을 보면서 처음으로 나 또한 눈물을 주르륵, 주르륵 흘렸습니다. 그리고 한 번 흘린 눈물이 멈추지가 않았습니다. 울면서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아, 성모님도 저렇게 말씀하시며 우셨겠구나. 차라리 내가…. 하시며! 성모님은 지금도 인간의 죽음 앞에 저렇게 울어 주시겠구나…. 아….'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신문  2018.05.1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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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말씀
<그의 이름은 요한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57-66.80 57 엘리사벳은 해산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 58 이웃과 친척들은 주님께서 엘리사벳에게 큰 자비를 베푸셨다는 것을 듣고, 그와 함께 기뻐하였다. 59 여드레째 되는 날, 그들은 아기의 할례식에 갔다가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아기를 즈카르야라고 부르려 하였다. 60 그러나 아기 어머니는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61 그들은 “당신의 친척 가운데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이가 없습니다.” 하며, 62 그 아버지에게 아기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겠느냐고 손짓으로 물었다. 63 즈카르야는 글 쓰는 판을 달라고 하여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다. 그러자 모두 놀라워하였다. 64 그때에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65 그리하여 이웃이 모두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유다의 온 산악 지방에서 화제가 되었다. 66 소문을 들은 이들은 모두 그것을 마음에 새기며, “이 아기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하고 말하였다. 정녕 주님의 손길이 그를 보살피고 계셨던 것이다. 80 아기는 자라면서 정신도 굳세어졌다. 그리고 그는 이스라엘 백성 앞에 나타날 때까지 광야에서 살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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