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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447) 수녀님, 그게 저…


작년 여름, 열흘 동안 혼자서 국내에 있는 성지를 순례하면서 순교자들의 삶을 묵상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그 외에는 기도하며 걸었습니다. 그때 정말 아쉽다고 느낀 점은 우리나라의 길은 사람이 안전하게 걸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시골길은 인도인지 차도인지 구분이 안 되고, 그 사이로 대형트럭은 쌩? 쌩? 달리고. 아무튼 순례를 통해 좋은 묵상의 시간을 가졌고, 일정의 막바지에 어느 수녀원에서 묵었습니다. 그 수녀원은 산속 깊은 곳에 있었으며, 수녀님들이 노동과 기도를 하며 하느님 안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곳이었습니다. 도착한 날 저녁, 손님방에 짐을 푼 후에 수녀원에서 해 주신 닭죽을 먹고 푹 쉬었습니다.

그다음 날 새벽, 여름인데도 수녀원은 산속에 있어서 그런지 싸늘했습니다. 간단히 씻고 수녀원 성당으로 걸어가는데 허벅지 부분 어딘가가 따끔거리며 쓰라렸습니다. 그래도 태연하게 성당으로 가서 수녀님들과 성무일도를 바치고 미사를 봉헌한 후 다시 손님방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허벅지 주변이 쓰라렸습니다. 그래서 방 안에서 바지를 벗고 허벅지 주변을 살펴보니, 사타구니 주변으로 심한 땀띠 같은 것이 나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전날 오전부터 걸을 때마다 허벅지 부분이 쓰라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를 약도 없는데 어쩌나!' 그런데 아픈 곳을 확인하고 보니 쓰라림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와중에 갑자기 밖에서 들려오는 수녀님의 목소리,
"강 신부님, 식사하세요."

깜짝 놀란 나는 얼른 바지를 입고, 쓰라리지 않게 천천히 걸어서 수녀원 식당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아침을 먹는데 그 부위가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순례를 계속할 수 있을까! 아니, 여기가 마지막 순례지인가! 오전에 약국이나 한 번 찾아볼까! 그런데 이 산속에서 약국은 어떻게 찾지!' 그렇게 아침식사를 마친 후 수녀원 식당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손님방 쪽으로 가면서 어그적거리며 걷는데, 때마침 어느 수녀님 한 분이 마당에 있는 개에게 밥을 주러 나오시다가 나의 걷는 모습을 뒤에서 본 모양입니다. 수녀님은 안쓰러운 목소리로,

"강 신부님, 걷는 게 어찌…. 너무 걸어서 다리가 아픈 거예요?"

순간 당황한 나는 그 자리에 멈추어 섰습니다. 그리고 그 수녀님을 보는데, 나의 이 아픈 부위와 그 상황에 대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가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잠시 우물쭈물하다가,

"수녀님, 그게, 저…, 허벅지에, 아니 허벅지보다 조금 더 위, 그 주변에…, 붉은 반점 같은 것들이 띠를 이루며 생겨났는데…, 그게 지금 벌겋게 부어올라, 혹시 바르는 약 아무거라도 있으면…, 가만히 있으면 괜찮은데, 걷기가 좀…."

그러자 그 수녀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아, 강 신부님, 사타구니 옆에 땀띠가 심하게 났군요. 잠시만요, 제가 약을 갖다 드릴게요."

수녀님은 마당의 강아지에게 밥을 다 준 후, 수녀원에 들어갔다 나오셨습니다.

"신부님, 지금은 따로 준비된 약은 없고 이 연고를 바른 후에 이 약을 그 위에 한 번 더 발라 주세요."

그 당시 수녀님의 말씀에 큰 감동을 했습니다. 나는 수녀님께 부끄러워서 '사.타.구.니'라는 말을 하지도 못했는데, 수녀님이 내 아픈 부위를 정확하게 말씀해 주시니 고마웠습니다. 나는 웃으며 수녀님에게 말했습니다.

"수녀님이 주신 이 약은 만병통치약입니다. 하하하."

정말이지 그날, 수녀님이 주신 연고 같은 그 약은 만병통치약 같았습니다. 특히 그 약은 내 안에 있는 괜한 부끄러움까지도 자연스럽게 치유해 주는 그런 고맙고도 소중한 약이었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신문  2018.08.0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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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말씀
<불행하여라, 너희 바리사이들아! 너희 율법 교사들도 불행하여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42-46 그때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42 “불행하여라, 너희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운향과 모든 채소는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하느님 사랑은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십일조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만, 바로 이러한 것들을 실천해야 한다. 43 불행하여라, 너희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회당에서는 윗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는 인사받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44 너희는 불행하여라! 너희가 드러나지 않는 무덤과 같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 위를 밟고 다니면서도 무덤인 줄을 알지 못한다.” 45 율법 교사 가운데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스승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희까지 모욕하시는 것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46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 율법 교사들도 불행하여라! 너희가 힘겨운 짐을 사람들에게 지워 놓고, 너희 자신들은 그 짐에 손가락 하나 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또는, 기념일 독서(필리 3,17─4,1)와 복음(요한 12,24-26)을 봉독할 수 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오늘의 성인
 노텔름(Nothelm)
 리카르도 그윈(Richard Gwyn)
 마리아노(Marianus)
성녀  마멜타(Mamelta)
복자  발타사르(Balthasar)
 빅토르(Victor)
 빅토르(Victor)
성녀  안스트루다(Anstrudis)
 알렉산데르(Alexander)
 에텔레드(Ethelred)
 에텔베르트(Ethelbert)
 요한(John)
 이냐시오(Ignat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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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론(He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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