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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가정과 가톨릭 가정] (7) 형제자매의 우애 (하)


'형제는 동기의 사람이다. 뼈와 살을 같이한 지극히 가까운 친족이니 더욱 마땅히 우애하여야 한다. 노여움을 마음에 품고 원망하여 하늘의 바른 뜻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동몽선습」 〈장유유서〉)

조선 중종 때의 박세무는 서당에서 천자문을 뗀 학동들에게 가르칠 교재로 「동몽선습」을 지었다. 그는 여기서 형제자매의 관계에 대한 실례를 들고 있다. 우애가 남달리 두터웠던 사마광은 거의 팔십 살이 된 형 공경하기를 엄한 아버지와 같이 하고, 형 백강은 아우 보살피기를 젖먹이 어린아이와 같이 하였다. 그들은 밥을 먹고 나서 조금 지나면 서로 배고프지 않은지를 물었다. 그리고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서로 등을 어루만지며 옷이 얇지 않은지를 물었다. 공경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남달랐던 것이다. '나이가 많아 곱절이 되면 아버지처럼 섬기고, 십 년이 많으면 형처럼 섬기고, 오 년이 많으면 걸을 때 어깨를 나란히 하되 조금 뒤에 따른다'는 「소학」 〈내편〉에 이르는 말이 사마광 형제의 삶을 지칭한다고 해도 좋을 듯싶다.

형제자매는 동기간(同氣間)이다. 부모가 전해준 생명을 나누어 가진 존재인 것이다. 그들은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같은 상에서 함께 밥을 먹고, 같은 방에서 함께 잠을 자며 자랐다. 그런 까닭에 부모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부모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성장한 형제자매를 부모처럼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판소리와 고소설로 잘 알려진 「흥부전」에 등장하는 놀부가 만인의 지탄을 받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부모가 세상을 뜨자 부자였던 형 놀부는 동생 흥부를 구박하고 내쫓았다. 마음씨 착한 흥부는 후에 부자가 됐지만, 형을 원망하거나 복수하지 않았다. 오히려 욕심 많은 형 놀부를 데려다 함께 살았다. 그들은 뼈와 살을 나눈 친밀한 사이, 다시 말해 골육지친이기 때문이었다. 오늘까지 흥부를 칭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형제자매는 네 것 내 것이 없는 무간한 사이다. 뼈와 살을 나누고 생명을 나누었는데, 무엇을 못 나눌까.

형제자매의 관계는 마치 교회공동체가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한 몸을 이루는 것과 같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6)는 말씀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는 믿는 이들의 공동체를 당신 몸으로 만들었다. 그러므로 「가톨릭교회교리서」(806항, 872항)는 교회공동체의 모든 지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 몸은 단일하지만, 지체는 다양하므로 모두가 각자의 고유한 조건과 임무에 따라 그리스도의 몸의 건설에 협력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가정 안에서 형제자매의 위상과 역할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형제자매는 부모의 지체로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서로 의지하고,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사기」 〈백이열전〉에 소개되고 있는 백이와 숙제의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감동을 주는 까닭이다.

백이와 숙제는 고죽국의 왕자였다. 부왕은 아우인 숙제를 왕위에 앉히고자 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숙제는 형 백이에게 왕위를 양보했다. 백이는 아버지 명령을 어길 수 없다며 나라를 떠났다. 숙제 또한 형을 제치고 왕이 될 수 없다며 길에 나섰다.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 문왕이 어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으나, 그가 세상을 떠난 직후였다. 그 아들 무왕은 부친상이 끝나기도 전에 정벌에 나서자 형제는 그를 말리며 한탄했다. 결국 둘은 수양산에 숨어 지내며 고사리를 캐먹다 굶어죽고 말았다.

역사상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위나 재산을 두고 형제자매간에 피를 흘린 일은 부지기수였다. 소위 '형제의 난'이라 불리는 정치계의 권력 다툼과 경제계의 재력 다툼이 그러했다. 그러나 백이와 숙제는 왕위를 두고 서로 양보했다. 그것이 여의치 않자 형제는 급기야 그 나라를 떠나고 말았다. 형제간의 시샘과 반목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처럼 우애를 중시 여기던 형제는 불의에 항거하며 서로 의지하며 살다 마침내 함께 세상을 떠났다. 형제간의 도리를 알았기에 함께 갈 수 있는 길이었다. 범상한 이들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길이기도 했다. 일심동체인 형제가 서로 의지하며 상생하기를 바랐던 마음이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을 이루었던 것이다.

오늘 우리는 형제자매를 어떤 눈으로 보고,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형제자매를 뼈와 살을 나눈 동기간이라 여기고 있는가. 부모로부터 생명을 나누어 받은, 터럭만한 틈도 없는 일심동체로 인정하고 있는가. 살아있거나 세상을 떠난 부모 보듯이 형제자매를 보고 있는가. 당연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세상이 너무도 각박해진 듯하다.

'내 마음에 드는 것이 세 가지 있으니 그것들은 주님과 사람 앞에서 아름답다. 형제들끼리 일치하고 이웃과 우정을 나누며 남편과 아내가 서로 화목하게 사는 것이다.'(집회 25,1)




김문태(힐라리오) 교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현장과 강단에서 고전문학과 구비문학을 연구해왔으며, 중국선교답사기인 「둥베이는 말한다」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신문  2018.08.0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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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말씀
<예수님께서는 다윗의 자손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에게서 탄생하시리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8-24 18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19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20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21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22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곧 23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하신 말씀이다.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24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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