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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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451) 사진과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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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친하게 지내는 어느 신부님의 사제관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신부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방 한 켠에 걸려있는 액자 속 신부님의 서품 사진과 동창 신부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신부님에게 물었습니다.

“신부님, 혹시 저기 있는 서품 사진 말고, 가족사진은 몇 장이나 가지고 있어요?”

그러자 신부님은 웃으며,

“가족사진이라, 신부 되겠다고 집 떠난 지가 30년이 되다 보니, 예전에 가지고 다니던 사진이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네. 얼마 전 오랜만에 집에 갔다가 우연히 사진첩을 본 적이 있어. 그런데 신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가족들과 찍은 사진은 있는데, 그 후에 가족들 사진 속에는 내 얼굴이 없더라. 부제 때 그리고 사제 때 사진이 몇 장 정도 있고. 그래서 요즘 느끼는 건데, 가족사진에 더 이상 내가 없는 것을 보니, 가족이라 말은 하지만 이제는 손님이 된 것 같아”라고 말했습니다. “예, 신부님 말이 맞아요. 언제부터인가 가족사진에 내 모습이 없는 것이!”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가족들에게는 이제 손님이 된 듯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맡은 본당의 신자들과는 언제나 가족 이상의 존재였기에 섭섭하지는 않아. 그런데 요즘 들어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본당 신자들하고 찍은 사진의 내 모습을 보면, 공적인 자리에서 찍힌 사진들뿐이라 표정이 굳어있더라. 근엄하지도 않으면서 무게를 잡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사진을 보면서 묵상이 되더라. 이제 우리에게 가족사진이란 신자들과 찍은 사진뿐이라는 걸!”

“그러고 보면, 때로는 예전의 필름 문화가 그리울 때가 있어요. 요즘은 워낙 휴대폰의 사진기가 발달되어 있어서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지만, 휴대폰 속에 저장만 해두잖아요. 내 주변에도 최근 들어 사진관에서 사진을 현상한 후 사진첩이나 사진 앨범 등에 넣어 두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사실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과 사진을 찍고 난 뒤에 설레는 마음으로 필름을 들고 사진관에 가잖아요. 그리고 찾으러 오라는 시간에 사진을 찾으러 가서, 현상한 사진을 보며 미소 지으며 사진첩에 꽂아 놓고.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앨범을 보며 좋아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시간이 거의 없는 듯해요.” “그래, 맞아. 예전에는 가족들이 사진첩을 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제 경우 부모님은 집에 손님이 오면 그분들에게 우리 가족사진을 보여주시나 봐요. 그래서 가끔 우리 집에 들러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분들이 나를 만나게 되면, 첫 마디가 ‘옛날에는 진짜 날씬하셨는데, 왜 이렇게 되셨어요!’ 그러면 나는 마음속으로, ‘어머니께서 내 사진첩을 보여 주셨구나.’ 하지만 그 사진첩 하나가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우리 가족과 다른 분들을 시공간을 넘어 이어주는 것 같아요. 부끄럽지만 가족들이 좋은 추억도 나누고.”

“그래, 우리라도 이제 휴대폰 카메라에 사진을 저장만 해 놓지 말고, 가끔은 좋은 사진이 있으면 현상을 해서 사진첩을 만들어 봐도 좋은 것 같구나. 그래서 어느 정도 앨범을 만들 분량이 되면, 자연스럽게 부모님께 보내 드려도 좋고. 그러면 부모님들은 사진들을 보며 좋아하시겠지.”

그날, 그 신부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봉헌된 삶을 사는 우리에게 가족이란 결국 내 형제요 내가 만나는 신자 분들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게 운명이겠지요. 그리고 아무리 세상이 편리해지고, 좋아졌지만 때로는 좋은 사진은 현상을 해서 연세 드신 부모님에게 보여 드리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은 우리 얼굴이 담긴 사진을 보면 마냥 좋아하시겠지요.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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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9-0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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