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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째 한 끼 200원… 시린 마음까지 보듬다

자선주일 르포 / 작은형제회가 운영하는 서울 제기동 ‘프란치스꼬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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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께서 우리의 밥이 되었듯이 그리스도인은 가난한 이들의 밥이 돼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자선이 일반 봉사와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프란치스꼬의 집 봉사자들이 막 지어낸 밥과 반찬을 식탁에 차려 놓고 가난한 이들을 대접하고 있다.



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됐다. 겨울은 몸을 누일 집이 없는 노숙인들에게는 특히 잔인한 계절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기도와 봉사의 힘으로 30년 동안 노숙인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해 온 곳이 있다. 작은형제회가 1988년 문을 연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프란치스꼬의 집이다.

프란치스꼬의 집 시설장 김수희 수사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경동시장에서 사 온 재료를 손질하고 국을 올려놓고 아침기도를 바치고 나면 겨울 해가 느지막이 뜬다. 오전 9시가 되면 봉사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고 본격적인 점심 급식 준비로 분주해진다. 오늘의 차림은 기부받은 돼지머리 고기로 진하게 끓여낸 국밥과 막 무쳐낸 겉절이 김치와 무채. 손발이 척척 맞는 20여 명의 봉사자가 주방을 오가다 보면 어느새 400인분 식사가 뚝딱 완성된다. 겨울이 시작되면 급식소를 찾는 노숙인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준비량을 100인분 넘게 늘린다.

오전 11시 45분, 급식소 문이 열리자 급식비를 내고 입장 행렬이 시작된다. 공짜 식사는 아니다. 100원짜리 두 개를 준비해야 한다. 30년째 똑같이 200원을 받고 있는 이유는 ‘얻어먹는 밥’이라는 생각을 없애고 당당함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급식소 밖 행렬이 계속 밀려들면서 식당 안에 마련된 35석이 쉴 틈 없이 채워진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급식 시간 내내 봉사자들이 따끈한 밥, 국, 두 가지 반찬을 쉴 새 없이 담아 나른다. 30년 동안 이곳에서 따뜻한 한 끼를 함께한 식구는 250만 명에 달한다.

순수 후원금만으로 운영되는 프란치스꼬의 집이 오랜 세월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기도와 봉사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속회원과 주변 본당 신자들이 직접 음식을 해오던 것이 점점 규모가 커져 지금은 봉사단 300여 명이 돌아가며 일하고 있다. 6년째 봉사하는 서윤정(베로니카, 서울 역삼동본당)씨는 “이곳에 오면 마치 피정을 하고 가는 것 같다”며 “봉사하며 헌신하는 수사님들의 삶과 봉사자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프란치스꼬의 집 2층은 노숙인들을 위한 쉼터다. 찬 바람을 피해 식사를 기다리며 TV도 보고, 바둑도 두며 빨래, 목욕도 할 수 있다. 신석기 수사가 직접 노숙인 심리 상담을 하고 있고 토요일에는 작은 병원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작은형제회에서 운영하는 한사랑가족공동체와 연계해 자립 지원도 하고 있다. 한겨울을 날 수 있게 11월부터 3월까지 야간 쉼터를 운영한다. 이번 성탄절에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쉼터에서 교리를 배운 노숙인 5명이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기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14년째 프란치스꼬의 집에서 생활하며 김치 정도는 손쉽게 담글 수 있는 요리의 달인이 된 김수희 수사는 “식사 잘하고 간다고 감사하다는 분들을 볼 때 보람되고 기쁘다”고 말한다. 다만 “이분들이 노숙생활을 끝내고 삶의 의욕을 가지고 사회 속으로 들어가 자립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며 많은 관심과 후원을 요청했다.

후원 문의 : 02-966-8183 프란치스꼬의 집, 후원 계좌 : 국민은행 766-25-0001-090 예금주 재)프란치스꼬회

유은재 기자 you@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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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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