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교구/주교회의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이동 약자를 위한 대동여지도’ 나왔다

무장애 여행지도 만드는 ‘위에이블’ 대표 송덕진씨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송덕진 ‘위에이블(Weable)’ 대표가 직접 만든 무장애 여행지도를 펼쳐보이고 있다.



장애인을 위해 ‘지도’를 만드는 청년이 있다. 비영리 스타트업 ‘위에이블(Weable)’을 운영하는 송덕진(가브리엘, 28, 인천교구 효성동본당)씨다.

송씨가 만드는 지도는 ‘무장애 여행지도’. 장애인이나 이동 약자가 접근하기 쉬운 상점과 문화공간을 표시한 지도다. 상점 입구에 휠체어가 진입 가능한 경사로가 설치돼 있는지,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지, 출입문은 어떻게 열리고 닫히는지 등을 조사한 후 이용이 편리한 장소를 선별했다. 그야말로 ‘이동 약자를 위한 대동여지도’다.

송씨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일을 계기로 무장애 여행지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늘 외할머니와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거동이 불편한 외할머니를 모시고 갈 여행지가 막상 떠오르지 않았다. 하루 이틀 미루던 꿈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송씨는 깊이 후회했다.

송씨는 휠체어가 갈 수 있는 여행지도를 만들기로 하고 무작정 제주도로 떠났다. 무장애 여행지도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팀원 네 명과 휠체어를 밀며 한 달간 제주도를 누볐다. “SNS에서 추천하는 제주도 맛집과 관광지를 방문하고 세세히 살폈어요. 사업주들과 대화하면서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갖춰져 있는지도 알아봤지요. 평소엔 신경 쓰지 않았던 문턱 높이나 입구 넓이 등을 보면서 장애인들의 일상에 얼마나 장애가 많은지 알겠더라고요.”

이후 송씨는 본격적으로 서울 지역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본가인 인천에서 서울까지 혼자 휠체어로 이동하며 불편한 점을 메모했다. 대학교 장애인권동아리 학생들과 만나 그들의 고민도 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지도가 ‘무장애 여행지도 성수편’.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송씨는 성동구자원봉사센터, 기업체와 협업해 최대 15cm 높이의 삼각형 경사로를 만들어 상점에 설치했다. 주문 제작부터 설치까지 송씨의 손을 거친 경사로는 성동구에 10개, 서대문구에도 9개가 있다.

난관도 많았다. 상점 입구에 경사로를 무료로 설치해 주겠다고 해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흔쾌히 허락해주셨던 분들도, 막상 설치하려고 하면 거절하시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환경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송씨는 좌절할 때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19,19)는 복음 말씀을 떠올렸다. 송씨에게 성경은 가치관과 인성을 만들어준 존재. 오래도록 성당에서 봉사하신 부모님을 보며 남을 돕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그는 앞으로 서울 모든 지역의 무장애 여행지도를 만들 생각이다. 더 나아가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성별, 인종, 국적, 장애 유무를 초월한 디자인)’인 점자 메뉴판이나 점자 엘리베이터 버튼 등을 상점에 제안하는 게 목표다.

송씨는 자신이 하는 일이 장애인만이 아닌 모든 이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은 누구나 신체 기능이 떨어지기 마련이에요. 장애인이나 이동 약자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죠. ‘장애가 내 앞길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이를 위해 저는 도전을 멈추지 않을 거예요.”


전은지 기자 eunz@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01-1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3. 29

루카 3장 13절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마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