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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최초 본당 공동체 120주년 맞았네

전주교구 고산본당 설립 120주년 기념 미사 봉헌, 1891년 공동체 시작… 6·25전쟁 아픔도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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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호 주교와 사제단이 1일 전주교구 고산본당 설립 120주년 기념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어르신들은 서로 손을 잡고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주님의 기도’를 노래했다. 맨 앞자리를 메운 ‘신앙 꿈나무’ 주일학교 학생들은 교구장 주교와 짧지만 수줍게 악수하며 까르르 웃음 지었다. 정성껏 성경필사에 참여한 한 어르신은 “열 번 읽는 것보다 한 번 써보니 그 말씀이 더욱 가슴 깊이 와 닿았다”며 사제에게 순박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모처럼 양복을 꺼내 입은 어르신, 밭일을 잠시 미루고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 모두 마냥 기쁜 표정이었다. 한국 천주교 초기 박해역사와 오늘을 잇는 굳건한 믿음의 공동체 전주교구 고산본당(주임 백승운 신부)이 설립 120주년을 맞은 날 풍경이다.

본당은 설립 120주년을 맞아 1일 전북 완주군 고산면 성전에서 교구장 이병호 주교 주례와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오랜 세월 이어진 주님 사랑에 감사했다. 본당 출신 및 역대 주임 사제와 신자들이 성전을 메웠다. 신자들은 본당 전신인 되재성당에 있던 낡은 십자가와 신자들이 정성껏 쓴 성경필사본을 미사 중에 봉헌하며 설립 120년을 자축했다.

이병호 주교는 “120년 전 신앙 선조들이 온갖 환난을 겪으며 세운 역사를 오늘날 후손들이 믿음과 사랑으로 써가고 있는 것”이라며 “일상에서 믿음과 일치, 사랑의 삶을 살도록 주님께서 이끌어주시길 기도드리자”고 당부했다.

고산본당은 1891년 전라도에선 최초로 세워진 되재본당의 후신이다. 본당 설립일은 1891년 10월 10일지만 전주교구와 본당은 성전이 건립되던 해인 1894년 11월 1일을 본당 봉헌일로 지내고 있다. 11월 1일은 본당 주보인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이다.

고산 되재 지역은 박해시대 때부터 전라도로 이주해오는 교우들의 관문 역할을 한 곳으로, 1801년 신유박해 이후 신앙선조들은 대둔산과 천호산 일대 56곳에 이르는 교우촌에서 은둔하며 신앙생활을 이어왔다. 이명서(베드로)ㆍ손선지(베드로) 등 순교성인 4위를 비롯한 순교자 110여 명이 이곳 고산 지역에서 순교했다.

되재본당 공동체는 1891~1944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950년 6·25전쟁으로 성당이 전소된 뒤 교우들은 3년간 삼례본당 소속 공소 신자로 지냈다. 1958년 지금의 자리에 고산성당이 봉헌되면서 되재본당의 명맥을 이어받았다. 1994년 교회 전통 건축 양식인 바실리카 형식에 종탑이 세워진 독특한 구조의 100주년 기념 성전을 건립했다. 지금의 성당이다.

본당은 1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3년 전부터 준비했다. 2011년 신자들은 사흘간 농산물을 판매해 마련한 1억 원이란 큰 수익금으로 올해 교육관을 세웠다. 또 되재공소 환경정비사업을 실시하고, 되재 십자가 구역 순회기도를 펼치며 본당 역사를 깊이 되새겼다. 3년째 꾸준히 열리고 있는 신ㆍ구약 성경 통독반에는 어르신들의 성경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지고 있다.

현재 교적상 신자 수는 관할 공소 13곳을 포함해 1700여 명. 주일 미사에는 신자 400여 명이 꾸준히 참례하고 있지만, 평균 연령은 60세를 훌쩍 넘는다. 고령 어르신이 많아 3년 사이 교우 40여 명이 주님 곁으로 갔다.

교구 청소년교육국장을 지낸 경험이 있는 백승운 주임 신부는 부임 후 청소년들의 신앙심을 한껏 불러일으켜 현재 주일학교에는 40여 명의 어린 신앙후손들이 주님 안에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본당은 120년 세월을 담은 사진전과 교구 연합합창단과 생활성가 가수 등을 초청한 기념 콘서트를 개최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백승운 신부는 “올해는 본당 역사로 두 갑자를 지나 새로운 갑자를 여는 매우 뜻깊은 시기”라며 “소박하지만 어르신, 아이들과 주님을 힘껏 찬양하며 깊은 신앙 역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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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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