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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주교좌 명동대성당 대림 특강 ...(3)‘이 세상 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자’

송영호 신부(서울대교구 해외선교봉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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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 들어가던 해, 페루의 한 주교에게서 강의를 듣다 문득 해외 선교를 결심하게 됐다. 예수님 말씀처럼 이 세상 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겠노라 생각했다.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를 통해 소개받은 곳은 페루보다 더 먼 나라, 바로 칠레였다.

첫 선교지는 칠레 북부 ‘이끼께’라는 사막 도시였다. 수도 산티아고에서 약 2000㎞ 떨어져 있는 곳이다. 전기도 물도, 먹을 것도 변변치 않은 판자촌 동네였다. 선교지에 도착해서 1년간 숨어 다녔다. 기쁘게 복음을 전해야 하지만, 절대적인 가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무서움을 느꼈다. 매일 투덜거리며 예수님과 싸웠다.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느님 나라가 당신의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말이 됩니까?”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몇 년이 흐르고 가난 속에 깊숙이 들어가고 난 뒤부터 이 가난 속에 얼마나 큰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흐르는지를 알게 되었다. 볼리비아에서 몰래 칠레로 들어온, 가난하기 짝이 없는 자매가 미혼모와 아픈 아기를 돌보는 모습을 보며 겉으로 씌워진 가난은 분노지만 그보다 더 깊게 그들을 지켜주시고 사랑을 잃지 않도록 애틋한 마음을 간직하도록 허락해 주시는 하느님을 보기 시작했다. 비로소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선교지에서 산 지 4년이 지나서였다.

신앙인으로서 선택적인 가난을 살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 “너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마태오 복음 25장 40절의 말씀을 살아야 한다. 절대적 가난에 처해 있는 이들을 생각하면서 기도해 주고, 나누고 살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하느님께서 행복이라고 하는 베풂으로 다가오실 것이다.

찌든 가난 속에는 사탄도 함께 산다. 연약한 마음과 슬픔 속으로 사탄들이 기어들어와 가족들과 마을을 지배하려는 현상이 있음을 경험했다. 악령은 두려움과 고통, 미움, 교만 등에 빠질 때 마음속에 들어와 산다. 하느님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어떠한 악령도 믿음을 간직한 이들 앞에서는 행세할 수 없다. 어떠한 어려움 가운데도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사랑이 사라지지 않게 해 달라고 평소에 기도하기를 요청한다.

가난한 이들의 우선적인 선택, 그것은 교회의 사명이다. 하느님 백성으로서, 교회의 일원으로서 나보다 어려운 이들을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기도해 주고 나누고 사랑하는 그런 신앙인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이들을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른다. 생각으로만 기도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가짜 믿음, 가짜 그리스도인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하느님께서는 한순간도 제 곁을 떠나지 않으시고 사랑해 주시는구나 하는 것을 체험적으로 느끼고 산다. 여러분들도 하느님께서 매 순간 나를 사랑의 기운으로 감싸고 계시다는 것을 믿고 하느님 앞에 아프면 아프다고, 좋은 일이 있으면 감사하다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아기 예수님께서 오셔서 우리 마음을 온통 기쁨으로 적셔주시어 그 기쁨이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과 나눔으로 전달되기를 기도한다.

정리=윤재선 기자

leoyu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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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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