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도 찾아가 기도하던 영적 유산·… 그리스도인들에게 ‘개종 아니면 죽음’ 강요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점령지 이라크 모술에서 또 유서 깊은 그리스도교 유적을 파괴했다.
IS는 2014년 말 모술을 장악한 직후 시내 북쪽에 있는 1400년 된 엘리야 수도원을 파괴했다고 영국 BBC가 AP통신이 입수한 영상 자료를 인용해 20일 보도했다.
모술을 탈출해 쿠르드 자치정부 수도 이르빌에 머물고 있는 폴 타빗 신부는 “6세기 말에 세워진 엘리야 수도원은 무슬림들도 찾아가 기도하던 이라크 교회사의 중요한 장소”라며 “IS는 이라크와 시리아 점령지에서 교회 재산을 강탈한 채 그리스도인들에게 ‘개종 아니면 죽음을’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황청 대변인 롬바르디 신부도 “가톨릭과 동방정교회가 분열되기 이전부터 있었던 소중한 영적 유산”이라며 IS의 만행을 비난했다. 엘리야 수도원은 1743년 수도자 150명이 페르시아군의 이슬람 개종 최후통첩을 거부하고 순교한 곳이기도 하다. IS는 이미 이라크의 님루드ㆍ하트라ㆍ니네베와 시리아의 팔미라 등에 있는 많은 성당과 교회 유적을 파괴한 상태다. 모술 지역만 하더라도 그리스도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성당과 수도원 100개 이상을 파괴한 정황이 포착됐다.
IS가 국제 사회의 맹비난에도 불구하고 만행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점령지 국민들의 충성심을 자신들에게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그들은 역사적 조형물과 사원 등 도시를 대표하는 민족주의적 의제에 반대하는 것이 자신들 의무라고 주장한다. 또 값비싼 유물을 국제 암시장에 내다 팔면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