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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현 상태 유지하라” 한목소리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예루살렘 수도 인정’ 발언에 성지 성직자 우려 쏟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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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 발표로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과 반미(反美) 감정이 확산하고 있다. 7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 있는 미국 대사관 근처에서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캐리커처와 예루살렘 사진을 펼쳐 보이며 항의하고 있다. 캐리커처에 “미국이 아랍의 지도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암만(요르단)=CN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 데 대해 성지에 있는 성직자들도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교구 소속의 다비드 누하스 신부는 CNA 전화 인터뷰에서 “예루살렘은 건드리면 폭발하는 곳”이라며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게 될지 생각만 해도 두렵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국제법을 미국이 외면한 데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교황청도 그 국제법을 일관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 국제법은 예루살렘을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도시로 선포한 유엔 결의안 제181호를 말한다.

예루살렘에 상주하는 그리스도교 종파 대표 13명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예루살렘은 하느님의 도시이자, 우리와 전 세계를 위한 평화의 도시”라며 “갑작스러운 변경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아랍 세계,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의 현 상태(Status Quo)를 존중하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있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몇 시간 전인 6일 수요 일반 알현 시간에 “모든 당사국이 유엔 결의에 따라 현재 상황을 존중할 것을 진심으로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잔혹한 갈등으로 얼룩진 이 세상에 새로운 긴장이 더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지혜와 신중한 분별력을 주님께 청한다”고 기도했다.

이 같은 호소는 처음 나온 게 아니다. 지난 10월 예루살렘의 그리스 정교회 총대주교 테오필루스 3세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모두가 평화롭게 살려면 현재의 법적 지위가 지켜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고통의 소용돌이가 끝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루살렘, 특히 동예루살렘 구시가지는 그리스도교ㆍ유다교ㆍ이슬람교 등 3대 종교가 ‘심장부’처럼 여기는 곳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의 현장이다. 유다인들 선조인 고대 이스라엘 왕조의 성전 터가 통곡의 벽에 남아 있다. 또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는 바위 돔 지점에서 승천했다고 전해진다. 각 종교 입장에서 쉽사리 양보할 수 없는 땅이다. 누하스 신부 말대로 어느 한쪽이 독점하려고 건드리면 폭발하는 곳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다인 재력가들로부터 군비 지원을 받기 위해 유다인 국가 건설 지지를 약속(밸푸어 선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핍박받는 유다인들을 신앙의 고향 예루살렘으로 불러 모아 국가를 세우자는 시온주의(Zionism)가 한창 일고 있을 때였다.

이후 유다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대거 이주하면서 토착민들과의 갈등이 심해지자, 유엔은 팔레스타인을 유다지역과 아랍지역으로 분할했다. 그리고 1947년 이스라엘 건국을 앞두고 예루살렘을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국제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1967년 동예루살렘 지역을 점령한 이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진즉에 예루살렘을 수도라고 천명했으나, 국제사회는 UN 결의를 존중해 그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모든 나라가 지중해변 상업도시 텔아비브에 자국 대사관을 두고 있는 이유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많은 피를 흘리고, 국제사회가 수차례 중재 협상을 벌인 끝에 도출한 최선의 평화 정착안이 이른바 ‘2국가 해법’이다. 양측은 1967년 이전 경계선을 기준으로 개별 국가를 유지해 분쟁을 끝내자고 1993년 오슬로 협정에서 합의했다. 평화로운 공존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

양측이 세부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느라 속도가 더딘 상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로 인해 이 합의마저 위태롭게 됐다는 우려가 크다. 이스라엘 총리와 보수 우익 진영만 환영할 뿐, 모든 국가가 일제히 비난하는 정책을 트럼프가 강행한 배경을 놓고는 미국 내 유다인 후원 그룹에 대한 보은(報恩)용부터 러시아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국면 전환용까지 해석이 분분하다.

누하스 신부는 “당장 예루살렘 일대의 성지 보존과 순례자들 안전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의 충돌로 12일 현재 사망자 4명, 부상자 수백 명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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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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