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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지하 1층에 ‘1000원 숍’이 입점한 미국 매사추세츠 찰스타운 시에나의 성 가타리나 성당. 【CNS】 |
미국 매사추세츠 주 찰스 타운에 있는 시에나의 성 가타리나 성당은 19세기 이민자들이 세웠다. 이민자들의 기도와 애환이 서려 있는 주님의 집이다.
하지만 신자 수가 줄어 2008년 폐쇄됐다. 미 CNS에 따르면 교구는 활용 방안을 고심하다 갈 곳 없어 떠도는 이들을 위한 시설로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반지하 1층은 1000원 숍(a Dollar Tree)에 임대한 상태다.
미사 참여자가 급감해 문을 닫은 성당들의 보존 및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회의가 오는 11월 29일부터 이틀간 로마에서 열린다. 교황청 문화재위원회와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 교회역사ㆍ문화유산학부,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공동 주관한다. 교황청 문화평의회는 교회 시설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지침 초안을 갖고 국제회의에서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인구 감소와 급격한 세속화, 사제 부족난이 맞물려 진행되는 성당 공동화 현상은 프랑스ㆍ벨기에ㆍ네덜란드ㆍ독일ㆍ스위스가 심각하다. 중북부 유럽보다는 덜하지만, 북미와 호주 교회도 이 문제를 적잖이 고민하고 있다. 가까이 있는 두 성당이 똑같이 신자가 적을 경우, 한 성당으로 통합해 사목을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렇다고 문 닫은 성당을 섣불리 매각하거나 상업시설로 임대하기도 어렵다. 과거에 지역 주민들의 영적, 정신적 중심 역할을 한 곳인 데다 미래에 다시 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득이 매각하더라도, 그곳에 깃든 성스러움과 역사를 모조리 지워버리고 상업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구매자에게는 넘기면 안 된다는 게 문화평의회 입장이다. 매각된 성당이 대형 호프집과 디스코텍으로 개조돼 씁쓸한 충격을 안겨준 일이 실제 유럽에서 있었다.
문화평의회 의장 잔프란코 라바시 추기경은 “사용하지 않는 교회 시설 문제는 역사적, 사회문화적, 법적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폐쇄 성당의 성 미술품은 교구 박물관으로 옮겨 보존해야 한다는 등 구체적 지침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