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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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사회교리] (10)나그네 교회

소수자와 약자를 향해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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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오 교수

 

 


“그리스도 신앙인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과 나라를 달리하는 것도, 언어를 달리하는 것도, 의복을 달리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도시에 사는 것도 아니며, 어떤 특수한 언어를 쓰지도 않습니다. 그들의 생활이란 특수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들의 교리는 정신착란자의 상상이나 꿈이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처럼 인간적 학설을 내세우지도 않습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은 각자의 운명에 따라 그리스 혹은 다른 도시들에 흩어져 삽니다. 그들은 그들이 속하는 영적 세계의 특수하고 역설적인 법을 따라 살며, 의식주 생활 방식은 그들이 사는 지방의 관습을 온전히 따릅니다. 그들은 각자 자기 조국에 살면서도 마치 나그네와 같습니다. 시민으로서 모든 의무를 수행하지만, 외국인과 같이 모든 것을 참습니다.

이역(異域)을 그들의 조국처럼 생각하고 모든 조국이 그들에게는 이역과 같습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그들도 결혼하여 아이를 가지지만, 아이를 버리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식탁은 모두 함께하지만, 잠자리를 함께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육신을 지니고 있으나 육신을 따라 살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지상에 살고 있으나 하늘의 시민입니다.”(「디오그네투스에게」 5,1-9. 서공석 옮김)



교회는 세상의 영혼

2세기 무렵에 저술된 이 작품은 디오그네투스라는 이교인에게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품격 있게 설명하는 호교론이다. 그리스도 신앙인은 비록 소수이지만 온 인류 안에 흩어져 살아가는 세상의 영혼 같은 존재다. 교회는 세상과 담을 쌓은 고립된 집단이 아니라 세상을 향하여 열려 있는 보편적 공동체이다.

자기 나라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지만, 하느님 나라의 역설적인 법에 따라 살아간다.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지만, 세상의 그릇된 악습을 단호히 거부한다. 발은 땅에 딛고 있으나 이미 하늘의 시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세상이 박해할지라도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능욕을 받으면서도 축복하고, 모욕을 당하면서도 기뻐할 줄 안다.



변두리로 나아가는 교회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성문 밖에서 겪으신 치욕과 고난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던 초세기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몰이해와 박해 속에서 스스로를 이 세상의 이방인이요 나그네로 여겼다. 이러한 자의식이 이 문헌에 탁월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스도인은 각자 자기 조국에 살면서도 마치 나그네와 같습니다. 이역을 그들의 조국처럼 생각하고 모든 조국이 그들에게는 이역과 같습니다.”

‘순례하는 교회’라는 전통적 표현은 교회가 나그네 신원을 잃지 말고 이 세상의 주류와 중심부가 되어 안주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변방의 소수자들과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끊임없이 떠나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운명을 일깨워 준다.

부디 “변두리로 나아가라”(「복음의 기쁨」 30항 참고)고 온 세상 교회를 향하여 거듭 호소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과 맥을 같이 하는 교부 문헌이다.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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