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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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묵주이야기] 93. “묵주는 지니고만 다녀도 은총”

조문현 바오로(대구대교구 김천 평화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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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57년 소년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해 대학생 단장으로부터 “묵주는 지니고만 다녀도 은총”이 된다는 것을 배운 후로는 항상 묵주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어느 때는 목에 걸고 다니기도 했고 주머니에 넣어 다니기도 했다. 정말 묵주는 지니고 다니는 것 자체가 은총이고 성모님께서 함께해 주시고 모든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신다는 것을 1969년 2월 강원도 양구 비무장지대에서 초소장으로 근무할 때 체험했다.

북한 124군 부대가 넘어온 바람에 남북 간 긴장 상태가 최고로 고조된 그때 지뢰 제거 명령이 떨어졌다. 명령에 죽고 사는 군인이기에 위험하고 두려웠지만 절대 복종만이 있을 뿐이었다. 지뢰 제거에 대한 간단한 교육만 받고 작업에 들어갔다. 호미로 캐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으나 여전히 두려운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호미로 몇 발을 캐낸 순간이었다. 지축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내가 호미로 캐던 지뢰가 폭발하고 말았다. 내가 죽은 줄 알고 시신을 수습하려 했으나 살점 하나 찾지 못한 채 허탈감에 빠져 있던 부사관의 귀에 어디선가 “내 손, 내 손”하는 희미한 소리가 들려 왔다고 한다.

“벌써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고 있나!” 오싹 소름이 끼치는 가운데 몇 번이나 주변을 살펴봐도 찾을 수가 없었고 지뢰가 폭발한 곳으로 가 보았으나 구덩이만 파여 있을 뿐이었다. 계속 미약한 소리가 들려 구덩이 속에 귀를 대고 들어보니 바로 그 속에서 들려 왔다고 한다. 긴장 속에 떨리는 마음으로 흙을 파헤쳐 보니 오른손에 호미를 든 채 무의식 상태에서 내 손, 내 손 부르짖고 있었다는 것이다.

군 병원으로 후송돼 5일 동안 군의관들이 최선을 다했으나 깨어나지 못했으므로 끝내는 영안실로 보내라는 병원장의 지시가 떨어졌다고 한다. 그때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간호장교가 병원장에게 이틀만 연장해 주십사 눈물로 애원했다고 한다. 불쾌감을 느끼며 거절하던 병원장도 간호장교를 애처롭게 여겨 연장해 주었고 이틀째 되는 날 내가 깨어났다고 했다. 죽을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는데도 내가 묵주를 지니고 있었기에 성모님께서는 지뢰가 폭발하는 순간 나를 땅에 묻어 보호해 주셨고 생면부지의 간호장교라는 천사를 통해 살려 주신 것이다.

귀대 후 생명의 은인인 간호장교를 찾아보지도 못한 채 또다시 죽음을 향해 베트남 전선에 소대장으로 파병돼야만 했다. 베트남에서 수많은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성모님께서 보호해주신 은총으로 마침내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 파병되었을 때 모친께서는 매일 묵주를 갖고 생활하셨다고 했다. 묵주 알이 다 닳도록 기도해 주신 덕택에 성모님께서 도와주셨고 또 무사히 살아서 귀국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군에서 전역 후 고등학교에서 교직 생활하면서 학생 레지오를 창단했다. 지도 수녀님이 방문하시는 모습은 천사처럼 아름다웠고, 또 수녀님과 신부님께서 함께 오실 때는 모든 학생의 시선이 집중되기도 했던 그런 시절이었다. 예쁜 여선생님을 단장으로 매주 토요일 수업이 끝나고 묵주기도 하는 모습은 부러움의 대상이 됐고 교장 선생님 부부까지 세례받는 은총을 내려 주셨다.

나는 틈만 나면 묵주기도를 즐겨 바친다. 모든 이들이 즐겨 바쳤으면 하는 바람 속에서 오늘도 하느님과 성모님께 감사드리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세계 평화와 죄인들의 회개와 모든 이를 위해 묵주기도를 바친다. 45년이 지난 지금 성모님께서 보내 주셨던 그 천사(간호장교)는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나의 묵주이야기’에 실릴 원고를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8매 분량으로 연락처와 함께 pbc21@pbc.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채택된 원고에 대해서는 소정의 고료를 드립니다. 문의 : 02-2270-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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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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