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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3·1 운동 담화와 시대의 징표

황진선 대건 안드레아(논객닷컴 대표)




1891년 5월 15일 레오 13세 교황이 반포한 회칙 「새로운 사태」는 '노동헌장'으로 불린다. 사회교리 회칙의 사상적 기초이자 예언자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한편으론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교회가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기까지 자본가의 임금 착취를 방관하는 동안, 노동자들이 대거 무신론적 마르크시즘에 현혹돼 넘어갔기 때문이다.

교황청이 시대의 징표를 좀 더 이르게 읽어 노동자의 존엄을 옹호하는 회칙을 반포했다면 현재와 같은 유럽 교회에는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교회가 사회와 유리(遊離)되면 사람들은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3ㆍ1 운동 100주년 담화에서 교회가 역사의 현장에서 제구실을 다 하지 못했음을 고백하고 사과했다. 이는 김 대주교가 밝힌 대로 외국 선교사들로 이뤄진 한국 천주교 지도부가 신자들의 독립운동 참여를 금지한 것이 큰 이유였다.

신앙의 자유를 얻기까지 한 세기 동안 혹독한 박해에 지친 한국 천주교 지도부는 교회와 신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정교분리 원칙을 내세웠다. 서울시 종로구 태화관에서 독립 선언을 한 민족 대표 33인에 천주교 인사는 참여하지 못했다. 천도교(15명), 개신교(16명), 불교(2명) 인사로 구성됐다. 한국 교회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교황청도 파시즘 국가들과 타협했다. 1936년에는 우상숭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애국의례'라는 명목으로 일제의 신사참배를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훈령을 내렸다.

3ㆍ1 운동 담화는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새로 태어나는 바른길이다. "한국의 천주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민족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고 저버린 잘못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성찰하며 반성한다"는 표현에서는 진솔함이 느껴진다.

교회는 민족의 삶과 함께하지 않으면 존재의 근거를 잃을 수밖에 없다. '민족의 특징은 삶과 가치의 공유이며, 이는 영적 도덕적 차원에서 친교의 근원'(「간추린 사회교리」 386항)이 되기 때문이다. 나치에 협력한 독일과 프랑스 교회도 2차 대전이 끝난 뒤 철저한 과거 청산과 반성으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 천주교가 일제 치하 내내 순응한 만큼 일부 평신도와 성직자들의 독립운동은 더 소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1909년 10월 26일 독실한 평신도 안중근 의사의 일본 총감 이토 히로부미 암살은 일제의 한국 침략을 전 세계에 알렸을 뿐 아니라 한국 천주교의 위신을 세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아직도 안중근 의거에 대한 천주교 내의 평가는 미흡한 것으로 여겨진다. 앞으로 천주교인의 독립운동을 더 발굴하고 널리 알려야 한다.

이번 담화는 교도권의 중요함을 새삼 일깨운다. "현대인,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는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라는 「사목헌장」 1항 머리말은 그 가르침과 방향을 제시한다.

회칙 「새로운 사태」처럼 너무 늦었다는 지적을 받아서는 안 된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세상 한복판에 서서 "모든 시대에 걸쳐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해야 할 의무가 있다." (4항)

담화 제목처럼 3ㆍ1 운동의 정신인 참 평화에도 앞장서야 한다.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02.2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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