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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칼럼] 누가 혼인 결합을 위해 노력하는가

황진선 대건 안드레아(논객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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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4월 11일 낙태를 한 여성과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요지는 임신한 여성이 겪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갈등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무고한 태아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법 낙태와 저출산은 뿌리가 같다. 하지만 사회적·경제적 상황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6년 발표한 권고 「사랑의 기쁨」 중 전 세계 가정이 겪고 있는 문제를 반영한 제2장 ‘가정의 현실과 도전’(31~57항)엔 그런 염려가 담겼다.

교황은 “출산을 기피하는 정서와 널리 퍼진 피임 정책에 따른 인구 감소는 세대교체가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 상황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적인 빈곤과 미래에 대한 희망의 상실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42항)고 경고한다.

통계청은 올해 2월 27일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 곧 출산 가능 여성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0.98명이라고 발표했다. 전 세계 198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합계출산율은 평균 1.68명이라고 한다.

우리의 출산율 0.98명은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제활동 인구 감소는 고용·생산·소비·투자 감소의 악순환과 장기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다. 노령인구는 계속 늘어나 복지, 의료, 연금의 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교황은 저출산의 이유로 “지나치게 단순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부족하기에 가정을 꾸리지 말라고 압박하는 문화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제40항)고 적시한다. 이는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 치솟는 집값 등으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우리 사회 ‘3포 세대’를 떠올리게 한다.

주거권을 포함해 가정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부분(44항)에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다. 곧 “가정은… 가족 수에 맞추어 품위 있게 사는 데에 적합한 주택을 공급받을 권리를 지닌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가정은 법, 경제, 사회, 재정 분야에서 공권력이 적절한 가정 정책을 수립할 것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일자리 걱정 역시 ‘맞춤형’으로 보인다. “가정은 특히 일자리와 관련된 문제로 고통을 받는다. 젊은이들에게 일자리가 거의 없고, 일자리 조건도 상당히 까다롭고 불안정하다.”

국회는 낙태 처벌 조항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내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독자 생존이 가능한 임신 22주를 낙태 허용 기준 시한으로 제시했다. 그렇다면 임신 22주 이전에는 생명이 아니라는 말인가. 한국 교회는 낙태 시기와 사유, 조건을 제한함으로써 태아를 구하는 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삶의 질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결혼한 여성이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 주요 이유는 자녀 교육·양육비 부담, 소득·고용 불안정, 일·가정 양립 곤란, 주택 마련 부담 탓이다.

교황은 묻는다. “일시적이거나 생명 전달에 닫혀 있는 결합은 사회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혼인을 강화하고 혼인한 부부가 그들의 문제를 극복하도록 도와주며, 자녀 양육에 도움을 주고, 안정된 혼인 결합을 장려하는 데에 누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5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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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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