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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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열면 여덟 아이, 행복이 달려와 안겨요”

제2회 이원길 가톨릭인본주의상 수상한 전문석·최보향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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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석ㆍ최보향씨 부부가 1일 가톨릭대 교정에서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민경양, 하경ㆍ하민군. 임영선 기자


▲ 3년 전 휴가 때 찍은 가족 사진. 전문석씨 제공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새로 태어난 아이를 안았을 때 십자가처럼 느껴진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힘들 때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도와주셨습니다. 이 아이들을 다 만나지 못했다면 제 인생의 즐거움이 반으로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1일 ‘제2회 이원길 가톨릭인본주의상’ 시상식이 열린 부천 가톨릭대 성심국제캠퍼스 김수환추기경국제관.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던 전문석(레미지오, 50)씨는 목이 메어왔다. 남편을 지켜보던 최보향(안나, 47)씨의 눈가도 촉촉해졌다.

이날 상을 받은 전문석ㆍ최보향 부부는 22살 민아(안나)양부터 6살 하민(마르티노)군까지 8남매를 키우고 있다. 자녀를 셋만 낳아도 “많다”고 생각하는 요즘 세상 사람들 눈에는 마냥 신기해 보이는 대가족이다.

부부는 “수상을 하리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하느님 이야기를 빼놓고는 우리 가족이 살아온 길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께서 우리 가족을 세상에 드러나게 해서 다른 이들에게 당신의 메시지를 전달하시려는 것 같다”면서 열 식구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생명은 하느님이 주시는 것

첫째 민아, 둘째 민지(가타리나, 20)에 이어 셋째 하진(사무엘, 18)이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전씨 가족은 ‘평범한’ 가정이었다. 하진군이 태어났을 때는 아들을 기다리던 양가 부모님이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씨가 넷째 하윤(베르나르도, 16)이를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제 셋째를 낳았으니 됐다”면서 아이를 그만 낳길 바랐던 시아버지는 드러내놓고 마뜩잖아하는 기색을 비쳤고 친정 식구들도 축하인사를 건네기보다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최씨를 바라봤다.

하윤이가 태어난 후에도 축하해주지 않던 시아버지는 100일이 지나서야 처음 손주를 안아주며 “그래도 예쁘니까 좋네!”하고 마음을 열었다. 시아버지는 “요즘 세상에 누가 그렇게 아이를 많이 낳느냐?”면서 “너희가 힘들 게 걱정돼서 기뻐할 수 없었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하윤이가 태어난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전씨 부부는 ‘가족계획’을 한 적이 없다. 전씨는 “가족계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하느님 뜻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생명은 하느님이 주시는 것인데 인간이 생명을 ‘계획’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 우연히 생명에 대한 교육에 참가했어요. 인간 생명은 하느님께 달려 있는 것이고, 피임 등으로 하느님 뜻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정말 많은 것을 느꼈어요. 그때부터 하느님 뜻을 따르기로 했고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죠.”

‘피임해서는 안 된다’는 교회 가르침이 ‘세상 물정 모르는 말’로 여겨지고 웃음거리가 됐던 세상에서 하느님 뜻, 교회 가르침대로 사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전씨는 “다만 몇 명이라도 하느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책임한 사람, 미개인 취급받아

많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도 힘들었지만 부부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주변 시선이었다. 다섯째 하상(바오로, 14), 여섯째 하경(요한 비안네, 10)이가 태어났을 때는 본당 신자들까지 찾아와서 “이렇게 아이를 많이 낳는 게 옳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느냐?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면서 아이를 그만 낳으라고 충고했다.

부부는 “마치 우리를 미개인처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교회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라 산 것뿐인데 부부는 어느 순간 ‘무책임한 사람’, ‘미개인’이 돼 있었다.

정신적 고통이 다가 아니었다. 육체적 고통도 부부를 때때로 지치게 했다.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2년 터울로 아기를 낳고, 키운 최씨는 나이가 들수록 힘에 부쳤다. 너무 피곤해 젖을 물리고 식탁에 엎드려 잠이 든 적도 있었고, 갓난아기를 안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며 밖에서 울고 있는 다른 아이를 달랜 적도 있었다.

최씨는 “몸은 늙어가는데 어린아이들을 키우면서 임신까지 계속 하니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며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넷째를 임신한 후부터 부쩍 힘들었다. 하지 정맥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곱째 민경(아녜스, 8)이 돌이 지난 후 얼마 안 돼 많이 아파서 최씨가 한숨도 자지 못한 날이 있었다. 그 다음 날 막내 하민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씨는 남편에게 “이제는 정말 힘들다”면서 통곡했고 전씨는 미안한 마음에 어떤 위로의 말도 할 수 없었다.



신앙과 기도로 어려움 이겨내

모든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게 해 준 것은 신앙과 기도,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었다. 결혼 이튿날부터 기도와 성경 읽기로 하루를 시작한 부부는 지금도 기도로 하루를 시작해 기도로 마무리한다. 온 가족이 매일 아침 그날 성경을 말씀을 읽고 묵상한다. 기억에 남는 구절은 공책에 적어놓는다. 주일 저녁에는 한자리에 모여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체험한 내용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전씨는 아이들에게 늘 자상한 아빠이지만 신앙교육만큼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시킨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도 항의하기도 하지만 주일미사 참례나 가족 기도를 거르는 일은 없다. 아이들은 복사와 소년 쁘레시디움 활동 등을 하며 항상 하느님 곁에 머물고 있다. 첫영성체 후 매일 미사에 참례하는 하경이는 본당 신부에



가톨릭평화신문  201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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