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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나는 엄마답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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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길중 바오로(한국평협 회장)

“저는 내 아이들을 적절하게 잘 사랑하는 그렇게 많이 모자라지 않은 그런 엄마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평협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을 접하게 됐습니다. 하느님과 관계에서부터 내 가족 교회 공동체 사회로 확대해 나가면서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운동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저를 사랑해주십니다.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신 것처럼 저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길 기다리십니다. 먼저 가정에서 내가 아내답게 엄마답게 살고 있는지 살폈습니다. 놀랍게도 남편의 아내답지 못했던 흔적들이 세탁기에서 빨래들이 엮여서 나오듯 한도 없이 나왔습니다. 저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만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잠들었을 때 조용히 참회의 글을 써서 남편 옷 속주머니에 넣기로 마음먹었지만 결국 뒤로 미뤘습니다. 그래도 ‘엄마답게’에 대해서는 조금은 자신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두 아이 얼굴을 떠올리니 살포시 웃음도 지어졌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무언가 지시하고 명령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많은 것을 요구했고 그때마다 아이들은 잘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무엇을 어렵게 생각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관심 깊게 들어본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손을 모으고 공동 관심사에 대해 기도한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한다는 핑계로 아이들의 능력을 살피지 않은 채 쳇바퀴 돌리듯 학원을 보내고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사준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결국 나는 엄마답지도 못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 앞에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어느 단체에서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 선포식을 마친 후 한 자매님께서 나에게 슬며시 건네주신 쪽지에 담겨있던 내용이다. 자매님께서 이름도 밝히지 않고 주신 글이라 그 뒤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만약 이 자매님이 ‘답게 살겠습니다’를 통해 화려하게 변모하셨다면 그 모습이 이 자매님의 올바른 정체성이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해 교황님께서는 아시아 청년들에게 “잠들어 있는 사람은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 깨어나 비추어라” 하고 권고하셨다. ‘깨어 있다’는 것은 단지 눈을 뜨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의 마음을 바로 하고 빛의 자녀답게 말과 행동을 해 세상을 비추는 것을 의미하셨을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 각자는 자기 정체성을 옳게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은총에 대해서 감사함으로써 긍정적인 삶을 이어가면 좋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나로 인해 내 주변 이웃들이 밝아지고 행복하게 된다면 그것이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늘 조용하고 안정적이던 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어느 순간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고 그때부터 ‘나는 운전하는 성인이 될 것’이라고 결심했다. 그 뒤부터 자신을 화나게 하는 운전자를 볼 때마다 “하느님 저 사람이 자기가 무엇을 잘못하는지를 모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 저 사람을 제가 용서합니다. 주님께서 저도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기도하며 운전 습관을 고치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매 순간 새로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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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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