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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산티아고 순례를 꿈꾸며

배상길 요한(전 외교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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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길 요한(전 외교부 대사)


프랑스 남부 도시 생 장 피에 드 포르에서 스페인 서쪽 끝 도시인 산티아고까지 800㎞에 이르는 길이 있다. 1000여 년 전부터 수많은 순례자가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까지 걷고 묵상하며 남긴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길이다. 2008년까지만 해도 우리 부부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프랑스 남부 작은 도시 무아삭에 사는 프랑스인 친구 미셸이 우리를 자신이 사는 곳으로 초대해 2008년 여름 휴가를 그의 집에서 보내게 됐다. 프랑스의 전형적인 농촌 마을, 한적한 시골이었다.

넓은 대지를 소유하고 있는 미셸은 언덕 위에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이웃집이 100m 이상 떨어져 있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까지는 7㎞가량 떨어진 산림지역에 집이 있었다.

미셸과 정원을 가꾸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프랑스와 스페인과 국경을 가르는 피레네 산맥의 야보르씨 계곡에서 송어 낚시도 즐기면서 매년 여름 휴가를 같이 보냈다. 성탄 대축일과 새해를 함께 보내기도 했다.

미셸 집 바로 뒤에는 좁은 도로가 있었다. 그런데 미셸 집에 방문할 때마다 배낭을 멘 많은 사람이 그 길을 걸어서 어디론가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무심히 보고 넘겼다. 산티아고 순례길과 운명적인 만남은 그들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찾아왔다.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도대체 어디를 가고 있는 걸까? 미셸은 그들을 ‘에스카르고’(달팽이)라고 불렀다. 판초 우의(옷 한가운데 구멍을 내 머리를 넣고 앞뒤로 늘어뜨려 입는 비옷)를 뒤집어쓰고 배낭을 메고 걷는 모습이 마치 달팽이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미셸은 산티아고 순례 길에 대해 설명해 줬고, 집 뒷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라고 말해 줬다. 무아삭은 순례길의 주요 기점인, 프랑스 생 장 피에 드 포르로 연결되는 순례 구간에 있는 마을이었다. 우리 부부는 생 장 피에 드 포르로 가는 수많은 순례자를 봤다.

아내는 거실이나 부엌에 있다가도 순례자들이 지나가면 부리나케 달려나가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았다. 순례자들에게 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에 대한 관심은 커져만 갔다.

그들은 걸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마을 사람들에게 길을 묻기도 했다. 그들은 “아름다운 순례 길에서 많은 문화 유적과 자연을 접하고, 현대 사회의 복잡한 생활에서 탈피해 내면의 자유를 찾기 위해 이 길을 걷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느 날은 미셸의 친구와 함께 순례길 일부를 걷기도 했다.

미셸은 숲 속에 감춰져 있는 아주 작은 성당이 있다고 말해 주며 “지금은 본당으로서 기능은 못 하지만 순례자들을 위해 오랜 세월 전에 건설된 것”이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또 이러한 종교 유적들은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 구간에서 많이 볼 수 있다고 했다.

한 중년 부인은 우리에게 순례 길의 숙박시설과 순례의 기본 상식 등을 설명해 주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산티아고 순례길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우리도 한번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도를 펼쳐 순례길을 보기도 하고 자료도 모았다. 순례는 우리의 꿈이 됐다. 실천에 옮기기 위한 결심과 순례 시기만 미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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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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