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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정의·용서·자비·화해의 계단 차례로 밟아야

‘로메로 대주교의 살아 있는 대변자’ 로사 차베스 추기경(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대교구 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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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열망하는 참으로 많은 이들의 고뇌와 고통, 고난에 연대하고 이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하라는 요청에 응답하는 것, 그것은 교회의 큰 도전입니다.”

10월 시성을 앞둔 로메로 대주교의 살아 있는 대변자로 불리는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대교구 보좌) 추기경은 “내전 이후 엘살바도르 정부의 무조건적 일괄 대사면이 가해자를 위한 정의였다면, 교회가 추구해온 정의는 진상규명과 참회, 곧 희생자와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라고 못박았다.

이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1997년 평화의 날 담화를 통해 ‘용서를 주고 평화를 얻으라’고 말씀하시고, 라칭거 추기경(훗날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기억의 정화’를 강조하신 것은 바로 진실을 알고 난 뒤에 용서, 그리고 화해가 가능하다는 걸 가르치신 것”이라고 말했다.

차베스 추기경은 “8년간의 긴 대화를 통해 1992년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내전은 막을 내렸지만, 곧바로 엘살바도르에서는 사면법이 제정되면서 가해자들이 모두 풀려나고 평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의가 실현되지 않았다면, 전쟁은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엘살바도르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6년 구 사면법을 폐지하고, 1980년 로메로 대주교 살해를 주도했던 알바로 라파엘 사라비아 전 육군 대위를 비롯한 내전 중 범죄자들에 대한 재심을 결정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살바도르 주교단의 공식 입장은 정의 안에서의 화해, 상처의 치유, 두 가지입니다. 진실이라는 토대 위에서 가해자의 속죄와 피해자의 용서 속에서 화해를 이루고 평화로 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전쟁의 상처로 부서진 십자가 앞에서 게릴라 사령관이 동료들이 저지른 죄를 고백하고 희생자들의 대표가 이를 용서하는 감동적인 모습이 그것입니다. 또 하나는 내전의 상처를 치유하는 문제입니다. 교회는 내전이 벌어졌던 마을에 영적, 심리적 치유센터를 세우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시는 ‘같이 해주는 환대’입니다.”

차베스 추기경은 평화로 가는 여정을 다섯 단계로 설명했다. 진실, 정의, 용서, 자비, 화해다. 차베스 추기경은 “평화로 가는 여정에서 첫 단계인 진실을 향해 가는 길조차도 얼마나 험하고 그 대가는 또 얼마나 비싼지 모른다”면서 “그럼에도 우리는 그 길을 꼭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로메로 대주교 암살을 지휘했던 사라비아 대위가 20여 년 만에 죄를 고백하는 인터뷰를 하고 그 육성 증언이 책으로 나오는 과정을 예로 들어 평화로 가는 과정을 세세히 설명했다.

차베스 추기경은 1942년 엘살바도르 모라산 태생으로 1970년 사제품을 받았다. 1976년 벨기에 루벵가톨릭대에서 신학과 사회매스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82년 주교품을 받고 보좌주교로 36년간 사목하면서 엘살바도르 평화 협상을 중재(1984~1989)했으며, 지난해 5월 엘살바도르 최초의 추기경에 서임됐다.

글·사진=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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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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