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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다산을 2018년에 다시 부른 이유- 이성훈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이성훈(안셀모,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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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훈(안셀모,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2018년은 다산 정약용(요한)이 유배에서 풀려난 ‘해배’(解配) 200주년의 해다.

이를 기념해 남양주시와 유네스코는 지난 4월 5∼6일 ‘지속 가능한 발전, 정약용에게 묻다’를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유네스코가 다산을 기리는 행사에 함께하는 이유는 백성의 빈곤 퇴치를 지향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의 가치를 추구했던 다산의 업적이 오늘날 유네스코의 이념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실학을 대표하는 다산은 다재다능하고 박학다식했다. 다산은 18년 유배 생활 중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했는데, 다산의 3부작인 1표2서, 곧 경제학에 관한 저술인 「경세유표」와 공공행정에 대한 저술 「목민심서」, 유배에서 풀려난 이듬해인 1819년 법 판례에 대해 저술한 「흠흠심서」가 대표적이다. 다산은 또 수원 화성 축조에 사용한 수레와 거중기를 설계한 과학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다산에게 길을 묻다’란 프로그램 제목처럼 다산연구소나 다산학술재단, 다산학당, 다산아카데미 등 다산에게서 실사구시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수많은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 다산은 수많은 드라마의 단골 주제였고, 최근에는 ‘세종처럼 읽고 다산처럼 써라’라는 제목의 자기계발서가 발간되기도 했다. 이러한 ‘백과사전형’ 학자인 다산을 서양 학자는 15∼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비교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산을 2018년 다시 불러낸 이유는 한국 사회와 지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기 의식 때문이다. 회의 주제인 ‘지속 가능한 발전’은 경제와 사회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발전을 말한다. 나아가 ‘미래 세대의 욕구 충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발전’을 뜻한다. 어쩌면 상식과도 같은 말을 국제 학술회의에서 다루는 이유는 한국 사회와 인류의 미래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15년째 초저출산국으로 인구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2030년이면 한국은 인구 감소 추세로 돌아선다. ‘촛불혁명’으로 제도권 정치 분야의 ‘적폐’는 점진적으로 제거되고 있지만, 일자리 부족과 빈부격차, 성차별과 인종차별, 황사와 미세먼지, 쓰레기 대란 등 복합적인 사회 경제 환경 분야의 ‘적폐’는 오히려 계속 누적되고 있다.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중동 내전과 동북아 핵 안보 위기, 미ㆍ중 무역분쟁, 기후 변화, 빈곤과 환경 재난, 난민사태와 극우 인종주의의 발흥 등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뉴스가 매일 넘쳐난다.

이런 와중에 유엔 총회는 2015년 9월 25일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공동으로 성취해야 할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SDGs는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구성돼 있는데 빈곤 퇴치뿐 아니라 에너지와 불평등, 기후 변화, 평화, 인권 등 국제사회가 당면한 거의 모든 문제가 망라돼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하나의 틀에 묶은 이유는 문제의 원인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 어느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 문제도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니라 모든 지자체와 국가 간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올해 말까지 K-SDGs란 이름의 SDGs 국가 종합 이행계획을 만들기로 하고 준비 중이다. 올해는 SDGs 채택 3년 차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내용의 질이다. 200년 전 다산을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재해석해 한반도와 세계의 현재와 미래 위기를 해결하는 데에 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와 기업 모두가 힘을 모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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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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