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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돋보기] 탈북 여종업원들, 선택권이 있기는 한 것일까

맹현균(마태오, 보도기획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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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 자리한 한빛종합사회복지관. 북한이탈주민으로 구성된 소망두레봉사단이 음식 만들기에 한창이다. 봉사단은 매달 밑반찬을 만들어 고향 땅을 떠나온 다른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전한다. 고향의 방식으로 만든 음식을 맛본 후배 탈북자들이 기뻐할 생각에 힘든 것도 잊는다. 한번 피운 이야기꽃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이들에게 고향을 떠나 살아간다는 동질감만큼 위로가 되는 건 없어 보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음식을 배달할 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동 중에 던진 질문에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기자는 “지난 2016년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들의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10여 년 전 탈북한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일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탈북 여종업원들이 한국에 살고 싶다고 하면 북에 있는 가족이 문제가 될 테고, 돌아간다고 해도 북한 정부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도 “북한에 남겨두고 온 가족으로부터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건강했던 손주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남한에서 번 돈을 송금한 적도 있다”고 말할 땐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실제로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북한에 남겨진 탈북 종업원들의 가족에게 상당한 강압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는 종업원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탈북 여종업원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종업원들을 데려온 류경식당 지배인 허강일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원의 회유로 왔다”면서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탈북했다”고 말했다. 토마스 칸타나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도 “종업원들 가운데 일부는 그들이 한국에 온다는 걸 모르고 여기 왔다”고 거들었다. 분명히 여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감출 수 있는 단계도 이미 지났다.

진상은 밝혀져야 한다. 다만 먼저 그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철저하게 설계돼야 한다. 탈북 종업원들에게 가족의 안전과 나의 삶을 두고 저울질해야 하는 고통이 있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종업원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남한에 살 것인지, 북한으로 돌아갈 것인지 결정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무책임한 발언으로는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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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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