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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꿈

백형찬 라이문도서울예대 예술창작기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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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구에서 주최한 음악회에 참석했다. 청소년교향악단 정기 연주회였는데 객석이 꽉 찼다. 관객은 클래식을 사랑하는 신자가 주류를 이뤘고, 교구장님을 비롯해 주교님과 원로 신부님들도 참석했다. 단원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들로 검은색 정장과 검은색 구두를 신었다. 그 모습들은 마치 일본의 ’국민 시인’ 하이쿠(俳句)의 시에 나오는 ‘그 굳고 정한 갈매나무’ 같았다. 힘들고 바쁜 학교 시간 외에 별도로 시간을 내 고된 연습 과정을 거쳐 이렇게 무대에 선 것이다. 올여름은 기상관측 사상 최고로 무더웠는데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대에 오른 청소년들이 정말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 학생들은 로시니의 도둑까치 서곡을 비롯해 차이콥스키의 슬라브 행진곡,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등을 연주했다. 곡이 끝날 때마다 우렁찬 함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음악회 팸플릿을 펼쳐보았다. 학생들의 얼굴 밑에 이름, 세례명, 소속 성당이 쓰여 있었다. 그런데 그 아래에 작은 글씨로 직업이 적혀 있었다. 학생들의 장래 희망인 ‘꿈’이었다. 바이올린의 베르다는 응급의료센터 외과의사, 레오는 스포츠 아나운서, 라파엘은 셰프, 아기 예수의 데레사는 인권 변호사, 바오로는 가상증강현실 전문가, 바순의 미카엘은 베를린필하모니 수석 바수니스트, 팀파니의 프란치스코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꿈꾸고 있다. 학생들의 꿈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꿈을 이루려면 막연해서는 안 된다. 또렷하고 구체적일수록 실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 청소년 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25가 장래 희망으로 공무원을 택했고, 18는 공기업 직원을 꼽았다. 절반에 가까운 청소년이 직업 안정성이 높은 국가기관과 공기업을 장래 희망으로 택한 것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보면 정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젊은이의 특권인 도전 정신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모험을 두려워하고 안정만 바란다. 이것은 가정과 학교에서 진로 교육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몇 달 전 일본의 한 기업에서 초등학교 1학년 학생 4000명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조사했다. 그 결과, 남학생이 가장 선호한 직업은 스포츠 선수(20.5), 경찰관(12.5), 소방구조대(7.8) 순이었다. 반면 여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빵집 주인(29.1). 연예인(9.3), 간호사(6.9) 순서였다. 일본 초등학교 학생들의 다양한 꿈을 엿볼 수 있다.

조사 결과를 전부 일반화할 수는 없다. 통계 결과는 늘 오차와 허수가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을 어느 정도는 가늠해 볼 수 있다. 우리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은 안정적인 직업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우리나라 미래는 청소년들의 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잘 찾을 수 있도록 진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education)의 참뜻은 하느님께서 주신 재능을 밖으로(e) 잘 이끌어내는(duco) 것이다. 이끌어내는 이는 부모와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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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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