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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기자의 엄마일기](4)하느님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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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큰 아이는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숨 쉬고 뛰놀았던 곳에서 뛰논다. 그때는 하느님이라는 존재를 잘 몰랐지만, 친구들과 뛰놀며 올려다본 하늘의 석양은 마음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학교에서 친구랑 다투고 외로웠을 때, 성적이 터무니없이 낮게 나왔을 때, 엄마 아빠가 서로 안 볼 것처럼 싸웠을 때 나는 이 터를 마음속에 그리고 또 그렸다. 그리고 성당 가운데에 우뚝 선 든든한 은행나무.

은행나무가 몇 번씩 노란 은행잎을 떨어내고, 깊게 뿌리를 내리면서 나는 시간이라는 뗏목을 타고 꽤 많은 시간을 흘러왔다.

37살의 엄마가 된 나는, 지금 성당에서 뛰어노는 5살 아들에게 “조심히 뛰라”는 말을 아줌마 특유의 거친 목청으로 외치고 있다. 아이가 성모상 뒤에 숨었다가 나오기를 반복한다. “대리석 위험하니까 내려와”를 또 몇 번 외친다.

성모상은 흔들림이 없다. 초등학생 때부터 봐왔던 성모님이 지성이 곁에 계신다. 지성이가 이 성당 유치원을 다니게 될 거라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아주 보란 듯이 ‘신자전형’ 기간을 놓쳐 버리고, 터무니없이 일반전형 추첨 줄에 섰다.

그냥 소박하게 하느님 울타리 안에서 지성이가 뛰어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그 울타리는 많은 부모가 보내고 싶은 마음에 경쟁의 울타리가 되어 있었다. 남자아이 14명을 뽑는데 200명이 넘는 학부모가 몰린 것. 14번째에 이름이 간신히 불렸고, 그때 깨달았다. 하느님은 이렇게 당연한 걸 아주 쉽게 놓쳐버리게 하시고 (내가 놓쳤는데 남 탓) 애타게 찾게 하시는구나 생각했다. 그러니 내게 주어진 은총들을 못 알아보다가 그것을 놓친 순간들은 안타깝다.

오랜만에 지성이 친구들을 엄마들과 함께 만났다. 엄마들이 묻는다. “지성이는 영어 따로 안 가르칠 거야? 해야지! 어떻게 하려고?” 엄마들이 5~6명씩 그룹으로 과외를 하려고 원어민 선생님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였다.

“모국어가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를 배운 아이가 있었는데, 중학생 때 힘들어하는 걸 봐서요. 한글이 탄탄해지고 나서 가르치고 싶어요.”

그런데 목소리에 힘이 없다. 어느 대학의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말했다. 과학기술의 사회적 연구는 과학기술의 실행, 인공물의 생산에 초점을 두지 비실행ㆍ비생산에는 관심이 없다고. 어쩌면 양육도 잘 짜인 과학기술의 커리큘럼 같아서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기 어려움을 느낀다.

오늘도 까불까불 춤을 추며 유치원에서 배워온 성가를 불러대는 아이의 존재에 감사하다. 이 감사함을 잊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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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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