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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묻지마 범죄’ 키운다

백영민 스테파노(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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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조현병은 올해 정신건강과 관련해 가장 논쟁이 된 단어다.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알고 보니 ‘조현병 환자’였다는 뉴스는 조현병에 대한 공포를 확산시켰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면 ‘저 사람이 왜 조현병을 앓게 됐을까?’라는 생각보다 ‘저런 흉악한 사람은 철저히 격리해야 해’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조현병은 뉴스에 나오는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6년 역학조사에 따르면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증 경험자는 61만 명, 조현병을 앓는 사람은 11만여 명에 이른다.

최근 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마련한 정신건강 관련 심포지엄에 참가한 한 발제자의 말이 기억난다. 한국 특유의 ‘정’이라는 문화가 때로는 관심을 넘어 폭력이 된다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의 인권을, 교사는 학생의 인권을, 직장 상사는 직원의 인권을, 돈 많은 사람은 없는 사람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정신이 강한 이들만 사회에 적응하고 마음이 여린 이들은 정신이 병들어 간다.

정신과 마음이 아프다고 해도 감기 걸린 듯 병원을 찾을 수 없다. 지금껏 사회는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 입장에서 도움을 주기보다 폐쇄 병동에 가두고 격리하기 급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신질환이 생기면 치료 불가능한 전염병에 걸린 것처럼 숨기고 병세를 키웠다. 육체가 아픈 것처럼 누구나 정신이 아플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낼 수 없는 현실이 조현병을 키우고 묻지마 범죄를 불러온 건 아닐까.

다행히 모든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겠다는 취지로 정신건강복지법이 2017년 시행됐다.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폐쇄 병동을 개방 병동으로 전환하고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자 치료의 길을 연다는 게 법의 주요 골자다. 정신이 아프면 떳떳하게 근처 병원에 가 치료를 받고 정상적 삶을 이어갈 길이 열렸다.

문제는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에 대한 편견이다. 초세기,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 로마 문화와 다르다는 이유로 지독한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며 목숨까지 잃었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안다. 교회는 모든 사람이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됐다고 고백하며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라 말한다. 정신이 아픈 형제자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고 그들을 사랑으로 감싸는 것 역시 신앙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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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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