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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가난한 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장현민 시몬(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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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역 근처의 쪽방촌을 찾았다. 이날은 한 달에 한 번,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이발 봉사가 열리는 날이다. 고가도로 밑 조그마한 비닐 천막 곁에 쪽방촌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쌀쌀한 날씨에도 제법 많은 주민이 나왔다. 한 달 만에 보는 봉사자들에게 주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인사를 전한다. 끊임없이 새해 인사를 하는 사람부터 하소연을 늘어놓는 사람까지, 각양각색이다.

그 가운데에는 범상치 않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과거에 자신이 한 달에 3000만 원씩 버는 부자였다는 사람부터 가족에게 배신을 당해 거리에 나왔다는 사람까지, 믿기 어려운 말도 많았지만 굴곡진 과거 이야기에 코끝이 절로 시큰해졌다.

이날의 화제는 ‘건강 관리’를 하다 목숨을 잃은 주민 이야기였다. 그의 건강 관리는 일반적인 ‘관리’가 아니었다. 건강을 안 좋은 상태로 유지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지키는 것이었다. 삶을 유지하기 위한 그의 시도가 역설적이게도 생명을 앗아갔다.

그는 희망을 잃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희망을 잃은 죽음이 이곳 쪽방에서는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어려운 환경부터 사회 편견까지 주민들이 희망을 잃은 배경은 다양하다. 다만 이곳에서 10년 넘게 봉사를 했다는 한 봉사자는 이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현재에 더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 봉사자는 주민들이 과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다음에 왔을 때 이 사람도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는 건 아닌지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걱정하지 말고 믿으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이 말씀을 한 신부님은 지난 일도, 닥칠 일에도 집착하지 말고 현재를 믿음 속에서 보내라는 말로 해석했다. 이러한 믿음이 없는 이에게는 현재 가지고 있는 연탄과 쌀, 일자리 모두 걱정거리일 뿐이다. 가난한 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현재에 대한 믿음을 돌려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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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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