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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잔인한 5월

김유리 루치아(보도제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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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잔인한 달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가장 많은 달이 5월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 기간이나 한겨울보다 자살률이 높다. 5월에 자살률이 높은 건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유럽에서도 봄철 자살률이 높아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다. ‘봄에 자살률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뜻이다.

5월에 극단적인 선택이 많은 이유는 봄기운이 충동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일조량이 적어 우울감이 커지지만, 오히려 자살률은 낮다. 하지만 봄에는 햇빛이 갑자기 강해지고 오래 지속되면서 감정 기복이 커진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기운은 오히려 독이 된다.

여기에 안타까운 지표가 하나 더 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7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전체 평균은 88, 스위스나 덴마크는 95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열 명 중 세 명은 어디에도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고립감을 느끼는 있는 것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 백종우 센터장은 자살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에게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살 위험에 처한 사람을 알아보고 이야기를 건네고 도와주는 단 한 사람. 이 한 사람이 누군가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른다.

이러한 역할은 개인의 의지에만 달린 게 아니다. 자살에 내몰리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고 연대하는 것, 그리고 자살 위험에 노출된 국민이 국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살은 사회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름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누군가는 밝은 햇살을 보며 죽음을 생각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말 한마디, 따뜻한 손길을 건넨다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을 사회로 데리고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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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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