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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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특집] 사순시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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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시기가 시작된다. ‘넉 사(四)’자와 ‘열흘 순(旬)’자를 쓰는 사순은 예수부활대축일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을 뜻한다. 이 시기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참회와 희생 극기 회개와 기도로써 부활대축일을 준비한다. 또 단식과 기도의 시기임을 강조하기 위해 기쁨을 드러내는 요소들인 대영광송과 알렐루야를 봉헌하지 않는다.

참회

본당 입구에 놓여있는 성지수거함을 보면 사순이 머지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첫날은 재의 수요일이다. 신자들은 성지수거함에 모인 성지들을 태워 얻은 재를 머리에 얹는 재의 수요일 미사 예식에 참례한다.

재의 예식은 우리 인생의 무상함과 자신의 나약함을 깨닫고 회개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이날에는 금육·금식이 행해진다. 명절인 설날 연휴와 재의 수요일이 겹칠 경우 교구장의 뜻에 따라 다른 날짜에 금식을 행하거나 이웃에 대한 나눔으로 대체할 수 있음을 공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재의 예식은 그날 미사의 고유한 특성에 속하는 교회의 전례적 관습이므로 당일에 거행된다.

사순시기에는 또한 판공성사가 있다. 판공성사는 한국교회에서만 사용하는 특수한 용어다. 한자로는 ‘힘써 노력하여 공을 세운다’는 의미의 판공(辦功)과 ‘공로를 헤아려 판단한다’는 의미의 판공(判功)이 사용됐다.

가톨릭대사전은 전자를 신자의 입장에서 1년 동안 힘써 세운 공로를 사제로부터 판단 받는다는 뜻으로 해석했고 후자를 사제의 입장에서 신자의 공로를 헤아려 판단한다는 뜻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두 해석 모두 신자의 공로가 중요함을 의미하고 있다.

희생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사순 담화에서 밝혔듯 사순시기는 금욕하기 좋은 시기다. 많은 신자들이 사순시기를 맞아 금연이나 절주를 시작한다. 본당에서는 사순절 저금통을 마련하거나 성미함을 마련해 쌀 모으기를 실시하기도 한다. 릴레이 단식을 실시하는 본당도 있다.

사순시기에 자신을 희생하며 금욕적인 삶을 사는 이유는 가난하게 오신 그리스도를 닮고자 함이다. 물질적으로는 가난해졌지만 심적으로는 더 풍성해짐을 느끼는 사순. 분명한 것은 남는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참고 인내해 나눠야 한다는 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정한 가난은 아프다는 것을 잊지 말고 참회 없이는 그 어떤 금욕도 참된 것이 될 수 없으며 아무런 희생이 따르지 않고 아픔이 없는 자선은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기도

사순시기하면 떠오르는 기도가 바로 ‘십자가의 길’이다. 십자가의 길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서 일어난 14개의 사건을 묵상하는 기도이며 특별히 사순절에 널리 행해지고 있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봉헌하기 위한 특별 기도가 규정된 것은 아니기에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며 바치는 기도나 순교성인들을 기억하며 바치는 기도 등 다양한 십자가의 길 기도가 봉헌되고 있다.

십자가의 길 기도는 각 처에서 구세주의 수난을 묵상할 수 있는 것이면 충분하며 주님의 기도·성모송·영광송을 각 처마다 한 번씩 봉헌하면 된다.

교구에는 요당리성지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 십자가의 길 안산대리구 연성본당 십자가의 길 등 특색 있고 다양한 십자가의 길이 있다.

사순시기는 성지순례나 피정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124위 복자 탄생 이후 처음 맞는 사순시기인만큼 복자 관련 순례지에 신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순시기의 의미를 되새기지 않는다면 사순도 부활도 매년 반복되는 단순한 행사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교구와 본당 성지 모두가 특강과 피정을 준비해 사순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는 신자들에게 영적 성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순시기 중 강의와 피정 등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소명을 다지고 보다 구체적인 실천을 다짐한다면 그 공로로 이전보다 더 기쁜 부활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 올 설 연휴 금식·금육은 어떻게?

올 설 연휴는 재의 수요일과 금요일이 겹친다. 신자로서 재(齋)를 지키는 것이 마땅하지만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누는 명절에 재를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교구 전례위원회는 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뜻에 따라 설 연휴 재를 실천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를 공지했다.

교구 신자들은 교회법(제1251조)에 따른 재의 수요일의 금육·금식재와 금요일의 금육재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이웃에 대한 나눔으로 대체할 수 있다.

교구는 재를 대체하는 나눔 실천의 방법으로 ▲설 기간 독거노인이나 홀로 지내는 이들에게 명절음식 나누기 ▲가난한 이웃을 위한 단식 권고일(3월 27일)에 금식과 금육 지키고 주님수난성지주일에 2차 헌금 봉헌하기 ▲참회와 고행의 지향을 두고 ‘사랑의 사순절 저금통’에 적립하기 ▲사회복음화국 사순시기 헌혈운동에 참여하기 등을 제시했다. 교구가 제시한 방법 이외에도 사순시기 동안 이웃을 위한 희생과 봉사에 참여하면 재의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단 설 연휴에도 금육·금식재를 지킬 수 있다면 그대로 재를 실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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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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