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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구 이곳저곳] (12) 양근성지와 옛 양근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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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의 양근(楊根). 양근군과 지평군을 합치기 전 양평의 지명이다. ‘버드나무 뿌리’라는 뜻의 양근은 한국교회가 뿌리를 내린 곳이기도 하다. 이번 호 ‘우리교구 이곳저곳’에서는 한국천주교회의 요람 ‘양근’을 찾았다.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물안개공원길 37. 붉은 벽돌로 아름답게 조성된 양근성지는 어쩐지 보금자리라는 느낌을 준다. 성지 안에 있는 순교자들의 성상들도 순교 전, 신앙인으로 살아가던 그 모습으로 서 있다. 바로 이곳 양근이 순교자들이 태어나고 살아가고 또 순교로 죽음을 맞이 했던 땅이기 때문이다.

양근성지는 양근의 순교자와 신앙선조들을 현양하기 위해 조성됐지만, 사실 이 양근지역 자체가 신앙선조들의 자취로 가득한 지역이다.

천진암 강학을 주도한 권철신·일신 형제가 이곳 출신이었고, 정약전·약용 형제, 이벽, 이존창, 유항검, 홍낙민, 이승훈 등이 권철신에게 천주교를 전해 받았다. 천주교를 학문에서 신앙으로 끌어올리고, 성사에 대한 갈망에 가성직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곳 양근이었다.

성지에서 남한강을 따라 1㎞ 가량 떨어진 곳에는 감호암(鑑湖岩)이 있다. 이 감호암 위에 감호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는데, 박학다식한 선비들이 이곳에 모여 시회(詩會)를 열거나 학문을 논했다고 한다. 학문을 좋아했던 권일신은 이곳을 자주 찾기 위해 양근리 갈산에서 감호정 인근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이 감호암은 성지의 수상성지순례 코스를 따라 모터보트를 타고 찾아볼 수 있다.

초기 신앙선조들의 터전인 만큼 순교도 많았다. 성지를 나와 남동쪽으로 양근교를 향해 가면 양근교 좌우측에 양근섬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있다. 길을 따라 내려가면 신앙선조들이 처형 당하던 순교터가 나온다.

기록에 따르면, 순교자들은 양근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오밋다리 옆 백사장에서 치명했다고 한다. 지금은 오밋다리도 없고, 팔당댐 건설로 지형이 변해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어 양근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이곳 근처를 순교터로 추정할 뿐이다.

이곳에서 지난 2014년 시복된 조숙(베드로)과 권천례(데레사) 동정부부, 윤유오(야고보), 윤점혜(아가타), 권상문(세바스티아노) 등을 비롯한 여러 순교자들이 참수에 처해졌다. 신앙선조들의 순교를 기리기 위해 양근섬에는 순교 상징 조형물 ‘영원으로 가는 사다리’가 세워졌다.

또 다른 순교지를 찾기 위해 양평역으로 향했다. 양평역 후문 양일고교 아래 마을 인근은 옛 양근 관아가 있던 곳이다. 이곳에서 조상덕(토마스), 장사광(베드로), 손(막달레나) 등이 1801년 신유박해에 옥중 순교했다. 이 두 순교지를 합쳐 기록에 남아있는 순교자는 14명에 이른다.

양평역을 떠나 남쪽을 향하면 다시 신앙선조들의 삶의 발자취가 펼쳐진다. 용인대리구 양평성당은 양근 지역에서 신앙선조를 이어 신앙을 지키고 전해온 신자들의 성전이다. 양근의 신자들은 연이은 박해로 겨우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남아있었지만, 종교의 자유를 얻으면서 공소와 본당을 설립하며 지금까지 신앙을 이어가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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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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