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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하나] 용서는 의지의 문제 / 최규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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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를 하는 것은 나의 의지의 문제입니다.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입니다. 감정이 정리가 되고 용서할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린다면 우리가 용서를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정말 쉽지 않은 문제일 것 같습니다.

나를 힘들게 한 그 사람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를 용서합니다’ 하고 주님께 말씀드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감정의 뒤에 숨어서 더이상 용서를 미루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고해성사는 사제들이 힘들어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은총의 시간입니다. 신자분들이 얼마나 거룩하게 살려고 애쓰고 계신지를 알 수 있지요.

고해를 듣다보면 자신을 몹시 힘들게 하는 이들을 잊고 용서하려고 하는데, 일상생활 안에서 자꾸 떠오르고 미움이 일어서 하느님께 죄스러워서 그걸 고백하시는 분들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용서했을 때 내 감정도 완전히 정리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감정이란 것은 본래 그런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감정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것이고, 가라앉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것이지요. 시간이 지날 만큼 지나야 되는 거지요.

용서한다고 한 후에도 미움의 감정이 자꾸 일어날 때 이런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꾸 질책할 것이 아니라, ‘아직도 내 마음이 아파하고 있구나’, ‘시간이 더 필요한 거로구나’, ‘나 자신을 더 사랑해 주어야 하겠다’ 하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남들에게만 너그러워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우리 자신에게도 너그러움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용서하면 다 잊어버려야 하는 건가요? 사람은 참 묘합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이 나질 않아서 애를 먹게 되는데, 기억하지 않아도 될 일은 정말 기억이 잘 납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은 기억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자꾸 기억이 떠오르고 본래의 기억에 자꾸 무언가가 덧붙여지면서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용서했는데도 자꾸 기억이 나는 것을 좀 편안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본래 그런 것이다’하고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단지 우리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과거의 좋지 않은 일에 대한 기억이 현재의 나의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것,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을 그냥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억과 약간 떨어져서 마치 텔레비전을 바라보듯이 떠오르는 기억을 바라보고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억 속에 들어가 버리면 헤어나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규화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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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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