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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 / 최규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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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떤 며느리가 시집살이를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시어머니 몰래 용한 무당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무당은 이 며느리의 이야기를 듣고 비방을 내려주었습니다. 앞으로 백일동안 하루도 빼놓지 말고 인절미를 새로 만들어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시어머니께 드리면 백일 후에는 시어머니가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죽을 거라고 무당은 이야기해 줬습니다.

며느리는 신이 나서 집에 돌아와 찹쌀을 씻어서 정성껏 인절미를 만들었습니다. 시어머니는 처음에는 “이년이 죽을 때가 됐나 왜 안하던 짓을 하고 난리야?” 했지만, 며느리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매일 아침 점심 저녁에 인절미를 올렸습니다. 시어머니는 그렇게도 보기 싫던 며느리가 매일 세 번씩이나 인절미를 해다 바치자 며느리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게 됐고 야단도 덜 치게 됐습니다. 또 시간이 흘러가자 며느리에게 감동을 받아서 동네 사람들에게 하던 며느리에 대한 욕 대신에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해댔습니다.

석 달이 다 되어 가면서 며느리는 이제 자신을 칭찬하고 다니는 시어머니가 죽을까봐 걱정이 돼서 다시 무당을 찾아 갔습니다. “내가 잘못 생각했으니 시어머니가 죽지 않을 방도를 알려 달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사정을 했습니다. 그러자 무당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미운 시어머니는 벌써 죽었지?”

로마 12,21의 말씀을 꼭 기억하고 살아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악에게 굴복당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기억해야겠습니다.

같은 본당의 두 신학생이 다퉜습니다. 두 신학생을 불러다가 면담을 했는데 도통 물러날 기색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두 신학생에게 미션을 주었습니다. 얼굴을 볼 때마다 그리고 보지 않아도 미운 생각이 들 때마다 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해 주어라.

‘주님, 그를 축복해 주십시오’, ‘그와 함께 해 주십시오’, ‘주님 그를 용서합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그대로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계속 기도를 하고 있고 서로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대화를 하고 관계 회복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양입니다.

미움이라는 그 좋지 않은 감정에 굴복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간단한 것을 하는 게 좋습니다. 미운 시어머니에게 인절미를 잘 만들어 드려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우리의 짧은 기도는 우리가 미움의 감정에 굴복당하지 않고 정말 선으로써 악을 극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좋지 않은 감정에 눌려 지내지 마시고, 짧은 기도를 바치면서 선으로써 악을 이겨내십시오. 처음에는 마음이 안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굴복하지 말고 이겨내십시오.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용서라는 부분에 있어서 많이 놓치면서 지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감추고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이 부분도 함께 하시면서 우리를 거기서 이끌어내주고 싶어 하십니다.

최규화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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