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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바티칸공의회의 한국 상륙?/ 김길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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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의 고령에 성 요한 23세가 교황에 선출됐다. 아마도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걱정하던 추기경들이 콘클라베(교황선출회의)를 하면서 교회가 잠잠하게 흘러가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의도는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선출된 지 넉달도 채 되지 않은 1959년 1월 25일에 교회를 뒤흔드는 3개의 대형사고가 터져버렸다. 교황이 로마교구 시노두스(대의원 회의)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 그리고 보편교회 법전의 개정을 선포한 것이다. 그러면서 앞의 두 사건들은 법전의 개정을 착수하기 위한 준비로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 세 사건은 별개로 보이기도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서로 깊이 연관돼 있다. 무엇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전 세계의 모든 주교들이 다 모이는 보편교회를 위한 21번째 공의회이다. 가톨릭교회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고, 그 생각이 교회의 규정인 법전을 통해 구체화되고, 로마교구의 교구장인 교황은 자신이 사목을 책임진 구체적인 지역교회인 로마교구에서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물론, 교황이 생각한 부분과 현실 사이에는 차이가 있어서 공의회 기간이 최초에 생각했던 3개월 정도의 짧은 시간이 아니라 1962년부터 1965년까지 여러 해 동안 이루어졌다. 게다가 첫 회기 이후에 성 요한 23세 교황이 선종하고 그 뒤를 이어 바오로 6세 교황이 공의회를 마무리하게 됐으며, 공의회 회기 동안에 많은 주교들이 선종하고, 새로운 주교가 서품되면서 그 맥을 이었다.

공의회 기간 동안 주교들은 여러 강의와 토론 그리고 기도를 통해 성령의 도우심에 힘입어 처음의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게 됐다. 특별히 신학적인 정의나 명제를 따지기보다는, 사목적인 데에 주력하고, 교회와 현세 사회의 관계를 중시했다. 자신의 내부 안에만 갇혀있던 교회가 세상을 상대자로 인정하고,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구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초대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고, 교회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신학적 기반도 마련했다. 특별히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교신자라는 공통점 위에서 평신도들이 자신의 고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새롭게 발견했다. 공의회는 참으로 교회 내부와 세상에 대한 교회 인식의 커다란 지각변동이었다. “공의회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위대한 교리서이다”(1966년 6월 23일 교황 바오로 6세).

법전의 개정을 준비하던 위원회는 공의회와 함께 출발했지만 바로 진행을 멈추었다. 변혁을 일으키는 공의회가 끝난 뒤 그 정신에 따라 법전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1983년에야 공의회의 정신을 담은 구체적 규정인 새로운 법전이 나왔고 지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물론 그 사이 또 시간이 흘러 현행 법전의 규정도 부분적으로 변화했고, 법전을 또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결과가 모두에게 다 기쁘고 명확한 것은 아니었다. 유럽에서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사제직을 떠난 사제들이 많았다고 한다. 구시대의 사상으로 새로운 시대의 사제직을 수행하기에는 그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많은 생각이 새로이 정립됐고 교회 안에서 평신도들의 역할이 제 자리를 찾기 시작했으며, 교회가 활력을 되찾았다.

교회의 내부를 뒤흔들었던 이러한 공의회의 변화가 한국교회에는 이미 상륙했을까?

김길민 신부(수원대리구 고등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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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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