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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종 124위 열전]<9>홍교만ㆍ홍인 부자

양반으로 부귀영화 뒤로한 채 포천 지역 복음화 중 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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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2년 1월 30일 홍인이 참수형을 받고 순교한 경기도 포천시 군내면 구읍리 일대 하천변 형장터. 현재 춘천교구 포천본당에서 관할하고 있다. 사진제공=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시복을 앞둔 순교자 124위 가운데도 부자나 형제자매 등 가족이나 친ㆍ인척 사이인 경우가 유난히 많다. 이번에 소개할 홍교만(프란치스코 하비에르, 1738~1801)ㆍ홍인(레오, 1758~1802) 부자도 그 대표적 예다. 이들 부자를 주축으로 정철상(가롤로, ?~1801, 정약종의 맏아들)은 홍교만의 사위이자 홍인의 처남이고, 홍익만(안토니오, ?~1802)은 홍교만의 사촌동생이자 홍인의 당숙이다. 홍익만의 사위 홍필주(필립보, 1774~1801), 홍필주의 의붓어머니 강완숙(골룸바, 1761~1801)도 따지고 보면 인척 관계다. 이처럼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신앙의 진리를 고리로 성가정이 만들어지고 다 함께 신앙을 증거하고 기쁘게 순교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초창기 교회 지도자들 가운데는 양반이 많았는데 홍교만 역시 양반이었다. 그것도 서학의 텃밭이 된 남인(南人) 계열이었다. 남인은 또 다시 시파(時派)와 벽파(僻派)로 갈렸는데, 시파가 서학을 믿는다는 뜻에서 신서파(信西派)였다면, 벽파는 서학을 공격한 무리라고 해서 `공서파(攻西派)`로 불렸다. 이들 벽파가 신유박해(1801) 당시 노론과 힘을 합쳐 시파를 숙청하고 집권을 공고히 한다. 홍교만은 정조가 노론을 견제하고자 등용한 시파, 곧 신서파의 대표적 인물이었다. 그 역시 일찍부터 학문에 힘써 진사가 됐으며, 한양에 살다가 훗날 포천으로 이주한다.

 홍교만이 신앙을 접한 것은 포천으로 이주하면서다. 당시 양근에 살던 고종사촌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 1751~1792, 2차 시복대상자)의 집을 왕래하다가 1791년께 신앙을 접했으나 곧바로 신앙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러다 먼저 천주교에 입교한 아들 홍인에게서 교리에 대해 들은 뒤 이것이 바로 자신이 찾던 진리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신앙 실천에 정진했다. 이어 1794년 12월 주문모(야고보, 1752~1801) 신부가 입국하자 그는 주 신부를 찾아가 세례를 받고 미사에 참석했다. 그런 다음 교리연구에 힘을 쏟으면서 글을 알지 못하는 신자들을 자신의 집에 데려와 가르치는 한편 냉담신자 회두나 신앙 권면에 열중했다. 포천에 복음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은 그의 열성 덕이었다.

 아들 홍인 역시 천주교에 입교한 뒤로는 세속의 꿈을 버리고 하느님을 섬기며 교리를 전하는 데만 열심을 보였다. 특히 당숙인 홍익만, 정약현(1751~1821)의 사위 황사영(알렉시오, 1775~1801) 등과 교류하며 아버지와 함께 포천 복음화에도 이바지했다. 이를테면 이들 부자는 `포천의 사도`였던 셈이다.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홍교만은 아들과 의논해 정약종(아우구스티노, 1760~1801)의 책 상자를 숨겨뒀는데, 이를 한 신자가 다른 곳으로 옮기다가 체포되면서 이들 부자의 이름이 박해자들에게 알려져 체포됐다. 이후 홍교만은 한양으로 압송돼 의금부에서 문초와 형벌을 받다가 서소문 밖에서 참수됐고, 홍인은 포천으로 압송됐다가 경기감영을 거쳐 포도청에서 사형판결을 받고 포천으로 이송돼 참수형을 당했다. 홍교만은 63세, 홍인은 44세였다.

 불가의 수행승들 사이에는 `현애살수`(懸崖撒水)라는 말이 있다.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손을 내려 놓는` 절박한 마음으로 수행을 한다는 뜻이다. 홍교만, 홍인 부자 역시 천길 낭떠러지에서 벼랑 끝을 잡은 손을 내려놓는다면 어찌 될 것인지를 너무도 잘 예견하면서도 결연히 순교의 길을 선택한다. 믿음과 삶이 일치하는 삶이었고, 예수님 편에 서는 삶이었다. 말씀이 결국은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는 희망은 이들 부자를 부끄럽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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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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