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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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웃들과의 연대

한국의 ‘가난과 소외’ 마음으로 껴안은 ‘아버지’
서울공항 영접단 30명 평신도에 세월호 유가족·새터민 등 포함
방한 기간 중 소형차 타고 이동
시복식·아시아 청년대회 등에서도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 수차례 강조
단순 자선사업에 국한되어선 안돼
구체적·지속적 ‘형제애 실천’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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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도착 직후 공항 영접단 중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손을 맞잡고 침통한 표정으로 위로를 건네고 있다.

“어떠한 교회 공동체든, 가난한 이들이 품위 있게 살고 아무도 배척 당하지 않도록, 창의적인 노력이나 실질적인 협력을 하지 않고 안주할 때, 아무리 사회 문제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정부를 비판하더라도, 공동체 와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러한 교회 공동체는, 종교 실천이나 무익한 모임이나 공허한 말로 위장한 영적 세속성에 쉽게 빠지게 됩니다.”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207항)



작은 차 큰 감동!

온 국민이 기다리던 교황 프란치스코가 한국에 도착하던 8월 14일 오전 10시 반 경, 서울공항에 열을 지어 간절하게 교황을 기다리는 교황 영접단에는 세월호 희생자와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을 포함한 가난한 사람들이 한국교회 주교단과 함께 교황을 맞았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등 9명의 주교단의 뒤에는 중고생 4명을 시작으로 30여 명의 평신도 환영단이 서 있었다.

환영단에 포함된 평신도들은 모두 32명.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4명), 새터민(2명), 이주노동자(2명), 범죄피해자 가족모임인 해밀(2명), 가톨릭노동청년(2명), 장애인(보호자 포함 2명), 시복대상자 후손(2명), 외국인 선교사(2명), 수도자 대표(2명), 중고생(4명), 어르신대표(2명), 예비신자(2명), 화동(2명) 및 보호자(2명) 등이다.

시복대상자 후손, 어르신 대표, 예비신자와 화동 및 보호자를 제외한 18명은 모두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 혹은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새터민, 이주노동자 범죄 피해자 등이다.

환영단과 인사를 마친 교황은 비행기 트랩에서 시작된 ‘레드카펫’의 끝에 마련된 ‘작은 차’ 쏘울에 올라 환영단에게 손을 흔들고 천천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교황이 탄 소형차 쏘울의 앞 뒤를 검은색 대형차들이 호위했고, 잠시 뒤 대통령이 탄 벤츠 차량이 공항을 나섰다.

더 이상 경차를 타는 것이,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대형차는 주차해주는데 내 차는 내가 주차해야 하는 처지가 부끄러운 일이 아니게 됐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작은 차가 준 큰 감동이고 자부심이다.

실천한 가난의 힘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박함에 내내 놀라던 어느 날. 지난해 7월 22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로마에서 비행기를 타는 교황의 모습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교황의 오른손에 들린 커다란 검정색 가방이었다. 이탈리아 총리의 배웅을 뒤로 하고 비행기 트랩을 오르는 교황은 한 손으로 난간을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가방을 든 손으로 자꾸 발에 걸리는 수단을 들어올리느라 애쓰는 모습이었다.

교황이 투박해 보이는 검정 가방을 손수 들고 가는 모습을 생전 처음 본 것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들어올린 수단 밑으로 보이는 까만 구두 역시 놀라운 일이었다. 하얗게 빛나는 수단 밑으로 맵시 있게 빠진 빨간색 명품 구두를 신은 전임 교황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다소 바래보이기까지 하는 검정 구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 구두는 고향 아르헨티나의 단골 구두방에서 산 저렴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번 방한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박하고 소탈한 모습은 똑같았다. 은도금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속은 분명 철제라는 십자가 목걸이, 주교 때부터 하고 다니던 저렴한 제품이라고 한다. 애당초 타고 온 전세기부터 검소했다. 일등석도 아닌, 그나마 이코노미가 아닌 것이 고령의 교황에게 다행이었다. 오는 동안 두 차례의 식사도 수행원들과 똑같은 음식이었다. 특권이나 특혜, 약간의 편리함도 달갑지 않아 하는 검소한 교황. 교황청에서의 숙소, 교황차로 소형차를 이용한다거나 생일에 노숙자들을 초청해 검소한 식사를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이미 상투적이기까지 하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교황 말씀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스스로 실천한 가난, 그것이 바로 교황 프란치스코의 ‘가난의 권고’가 주는 영적인 힘이다.

가난한 현실에 대한 분노

교황은 4박5일간의 방한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말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주교들을 만나서도, 대통령과 정부 공직자들을 만나서도, 수도자나 평신도, 청년들을 만나서도 교황은 가난하게 살며 가난한 사람들과 연대를 하라고 끊임없이 당부했다.

무엇보다도 먼저 교황은 가난한 이들이 가난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 예민하게 분노했다.

124위 복자 탄생을 본 16일 시복식에서 교황은 “막대한 부요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들 안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현실을 개탄하면서, 형제적 삶을 살았던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를 것을 권고했다.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에서는 “사회의 빈부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친구와 동료들이 엄청난 물질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빈곤·외로움·남모를 절망감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순수한 가슴을 가진 청년들과의 마지막 날인 폐막미사에서는 간절하고 격앙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라고 부르짖는 가나안 여인의 간청은… 우리 익명의 도시들 속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외침이고, 여러분 또래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외치는 절규이며,… 흔히 우리 각자의 마음 속에서 터져 나오는 절규입니다.”

교황은 그들을 저버리지 말자고 간청한다. “절규에 응답합시다. 마치 곤궁한 이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주님과 가까이 사는데 방해가 되는 것처럼, 우리에게 도움을 간청하는 사람들을 밀쳐 내지 마십시오. 그래서는 안됩니다.”

교황의 가난한 이들의 현실에 대한 분노는 사회와 경제 체제의 부조리를 향한다.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교황은 말한다.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빕니다.”

단순한 자선 넘어, 인간 존엄성 존중해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대는 단순한 자선을 넘어선다. 그것은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예언자적 증거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은 자선 활동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수준과 차원의 개선을 위



가톨릭신문  201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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