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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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앙 나의 기업](6) 김인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서광하이테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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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正)·성(誠)·협(協)으로 공유하는 꿈과 비전

▲ 스스로를 하느님의 집에 셋방살이 하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김인수 서광하이테크 대표이사. 그의 집무실 뒷벽에 직원 현황판이 보인다.

▲ 반도체를 만드는 주요부품들의 세정 과정을 설명하는 김인수 대표.

경상도 청년이 서울에 올라와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의 꿈. 돈을 벌면 서울역 앞에 안내소를 차리자. 그래서 나처럼 서울역에 내려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이들을 도와주자.

20대 청년의 꿈은 40여 년 세월이 흐르면서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자신이 일군 회사에서 그리고 자신이 돌보는 아이들에게서…. 김인수(프란치스코 하비에르 68 서울 서초동본당) (주)서광하이테크 대표이사 이야기다.

김 대표가 서광하이테크를 세운 것은 1987년이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그 직장에서는 매출을 10배나 올렸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회사가 세금 폭탄을 맞았고 책임은 임원이었던 김 대표가 떠안아야 했다.

“그때 몇 가지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하나는 기업을 할 때 절대로 친인척이 관련되면 안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친인척뿐 아니라 학연이나 지연에 매여서도 안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투명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도(正道)를 걷고 정직하게 산다는 정(正)은 이후 김 대표에게 회사 경영 이념의 핵심축이자 바탕이 되는 가치가 됐다.

어떤 사업을 할까 고민하던 차에 친구 소개로 자동차나 의자 등에 들어가는 완충기(쇼크 업쇼버)를 미국에서 들여와 공급하는 회사를 시작했다. 열심히 일하는 데는 이미 이력이 나 있었지만 새로 시작한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더 열심히 뛰고 더 성실하게 임하고 더 정성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성(誠)은 김 대표 경영 이념의 또 다른 핵심축이다.

정성으로 노력하니 삼성ㆍLGㆍ현대 같은 대기업과도 연결됐다. 일본 도시바 회사의 업무 자동화 로봇을 공급하고 독일 일렉트로닉스사와도 계약을 체결해 산업용 진공청소기도 들여와 공급했다. 모두 세계 굴지의 제품들이었다. 1995년에는 반도체를 만드는 핵심 부품들을 세정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회사법인을 설립한 것도 이때쯤이었다. 나중에는 세정뿐 아니라 수리 및 유지 관리 분야까지 확장했다.

하지만 회사는 대표 혼자서 운영할 수가 없다. 임직원이 서로 소통하며 협력하고 거래하는 기업과도 협력하고 협동할 때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협(協)은 김 대표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핵심 가치다.

170명 전 직원 사진 직책 등 현황판 걸어둬

(주)서광하이테크에는 정(正)ㆍ성(誠)ㆍ협(協)의 가치들이 살아 있음을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다. 분당 테크노파크에 있는 본사 김 대표의 집무실은 직원들의 사무실 한쪽 끝에 있다. 별도 출입구가 없이 직원 사무실을 거쳐야 CEO 집무실에 갈 수 있다. 대표 집무실과 직원 사무실을 구분하는 것은 유리벽이다. 자리에서 일어서면 직원들은 CEO의 CEO는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로 볼 수 있다. 유리벽만큼이나 투명하다는 방증이다.

김 대표 책상 뒤 벽면에는 인원 현황판이 있다. 170명이 넘는 직원의 직책ㆍ담당 업무ㆍ성명ㆍ입사일이 증명사진과 함께 붙어 있다. 그만큼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알고 친근하게 다가서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식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농아 사원과는 수화로 대화를 나눈다.

동일 계열의 한 회사가 노사 갈등으로 문제가 생겨 김 대표가 그 공장을 인수하게 됐다. 지방에 있는 그 공장은 야근조를 운영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거의 새벽마다 지방에 내려가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는 직원들과 함께 아침을 먹고 때로는 술까지 곁들이며 대화를 나눴다. 직원들 이야기를 경청하고 열심히 일하면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다고 격려했다. 이렇게 해서 갈등을 상생과 협력으로 바꿨다.

“저는 새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회사는 대기업과도 거래하고 중소기업과도 거래하니 우리 회사에서 2년만 잘 배우면 어디에서나 부끄럽지 않게 일할 수 있다. 그러니 제대로 배우자.’”

그뿐 아니다. 김 대표는 정말 잘하는 직원이 이직을 희망하면 대기업에 직접 추천해 주기도 한다. ‘우리 회사에서 가장 잘하는 직원입니다’ 하고 추천서를 써준다. 다른 직원들에게는 비전을 갖고 희망을 키우는 자극이 된다.

김 대표는 지방 공장 직원들과 틈나는 대로 가까운 산으로 등산한다. 직원들에게 등산화를 챙겨주는 것도 김 대표 몫이다. 지금까지 인근의 산 수십 곳을 함께 다녔다. 또 해마다 5㎞ 단축 마라톤 행사도 연다.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기록을 관리해 주고 전년도보다 기록이 단축된 직원들에게는 상도 준다.

김 대표는 ‘(사)천주교석문복지재단’을 통해 강원도 오지의 아이들과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서초동본당 주보 현석문 가롤로 성인의 이름을 딴 재단은 서초동본당이 1980년대 말 성당을 신축한 후 소년소녀 가장과 저소득 가정 아이들을 돕고자 시작한 후원회에서 비롯했다. 성당 신축 당시 거의 성당에 살다시피 했던 김 대표가 후원회와 관련을 맺은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후원회는 1991년 석문복지재단으로 새롭게 출발했고 현재 강원도 태백ㆍ고한ㆍ정선 등 오지 지역 40여 명을 포함해 70여 명의 초중고생에게 매달 10만 원씩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또 방학 때는 1박 2일의 가정 방문이나 캠프를 개최한다. 재단 설립 후 지금까지 모두 460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 김 대표는 재단의 이사장이다. 서광하이테크 직원들도 10여 년 전부터 자발적으로 ‘울타리봉사회’를 만들어 매달 3000원씩 후원회비를 내서 아이들을 돕고 있다. 현재 울타리봉사회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40~50명에 이른다.

군 복무 중 영세 가족들도 차례로

1947년 경주의 엄격한 유교 집안 출신인 김 대표는 군 복무 중이던 1969년에 세례를 받았다. 동료가 신학생(현재 미국 메리놀외방전교회 소속의 손경수 신부)인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행정병으로 근무하면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군 신자들을 위한 주보를 뜻도 잘 모르면서 1년 이상 만들어 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휴가를 나와 아버지에게 천주교 신앙을 갖겠다고 말씀드리자 부모에게 강요하지 않는 조건으로 허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들은 김 대표를 따라 결국에는 천주교 신앙을 갖게 됐다. 누나의 외동아들도 그중 하나였는데 중3 때 외삼촌인 김 대표를 대부로 세례를 받았다. 그는 나중에 사제가 됐다. 정홍규 신부(대구가톨릭대 교수)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다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라는 김 대표는 스스로를 “세들어 사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성경구절 시편 27장 4절을 읽고 나서야 그 뜻을 알았다.

“주님께 청하는 것이 하나 있어/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살며/ 주님의 아름다움을 우러러 보고 /그분 궁전을 눈여겨보는 것이라네”

글ㆍ사진=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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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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