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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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한국인 그리고 이주민] ③더불어 사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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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열고 함께하니 한가족 공동체

▲ 경기도 양주 광적본당은 이주민과 선주민 (그 지역에 먼저 살고 있던 사람) 신자들이 교회 안에서 더불어 지낸다. 5일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 후 신자들이 성당 마당에서 환하고 웃고 있다.

의정부 광적본당 이야기

“해피 이스터!”(Happy Easter 축 부활!)

5일 예수 부활 대축일. 경기도 양주 광적본당(주임 강주석 신부)에 색다른 부활 인사가 울려 퍼졌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신자들의 모습이 다른 곳과는 사뭇 달랐다. 한국인부터 필리핀인 케냐인까지 다양한 국적의 신자들이 거리낌 없이 서로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교적상 한국인 신자 700여 명인 작은 성당에 필리핀 신자가 250명이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필리핀 신자가 10명 남짓이었지만 강주석 신부가 본당 이주민 사목을 활성화하면서 성당이 이주민들의 ‘둥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강 신부는 미국 교포사목 경험을 토대로 한국인과 이주민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 이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선’이 아니라 ‘사목’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강 신부는 “이주민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주인의식을 심어주다 보니 이주민 공동체가 활성화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광적본당도 처음부터 이주민과 선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던 것은 아니다. 이방인에 대한 거부감이 선주민과 이주민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었었다.

이런 상황에서 본당 사목회는 이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 공동체가 지역에 정착하는 데 힘을 보탰다. 사목회 부회장이자 이주민분과를 담당하는 김기중(다비드 59)씨는 “처음 다가갈 때는 쉽지 않았지만 알면 알수록 순수한 이주민들이 지금은 가족처럼 느껴진다”라면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아파도 병원을 가지 못할 때는 내 일처럼 나서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본당 사목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자 신자들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었다. 필리핀 신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성당 공간을 활용할 때도 서로 배려한다.

2009년 한국에 온 미아 아이리스(30)씨는 “신부님께서는 우리에게 항상 ‘이곳은 여러분의 교회’(It’s your church)라고 말한다”면서 “우리 본당이라는 인식이 생기다 보니 미사도 더 열심히 나오게 되고 성당 활동에 책임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광적본당 필리핀공동체(KFCC)는 본당의 한 구역이 돼 성당 청소도 돌아가면서 맡고 있고 구역 미사도 봉헌한다.

강 신부는 광적본당의 이주민 사목은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 공존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면서 본당에 여전히 갈등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 말을 덧붙였다.

“어렵다고 포기할 수 없는 일이고 완성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 노력해야 합니다.”

글 사진=김유리 기자 lucia@pbc.co.kr

본당에서 어떻게 돌볼 것인가- 한국어 교육 멘토링과 더불어 지지와 호응

2006년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는 「이민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훈령을 발표했다. 그 22항에서 이방인 환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초기 교회의 특징인 이방인 환대는 하느님 교회의 영원한 모습이다.…이방인을 따뜻이 맞아들이는 것은 교회의 본질 자체이며 복음에 대한 충실성을 증언하는 것이다.”

또한 24항에서는 교회법적 근거를 들면서 “새 라틴 「교회법전」은 공의회의 바람을 확인하고 적용하면서 본당 사목구 주임들이 조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도록 요구하며(제529조 1항 참조) 될 수 있는 대로 그들을 위한 특수 사목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 의무적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제568조 참조)라며 이주사목이 본당 사목구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주요 사목임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본당에서 어떻게 이주민을 돌볼 수 있을까? 평범한 신자들도 이주민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몇 가지 가능한 방법을 제시하겠다.

첫째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이다. 본당 사목구 내에는 적어도 몇 명쯤의 이주민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본당에는 교리실이 있고 봉사자가 있다. 물론 한국어 교원 자격이 있는 봉사자가 있다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기초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쳐줄 봉사자가 있다면 정착 초기의 이주민에게는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

둘째 이주민과의 멘토링이다. 내가 운영하는 이주센터도 이주 여성에게 친정언니를 만들어주는 멘토링을 시행하고 있다. 그 안에서 멘토와 멘티가 모두 성숙해가는 과정을 목격하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물론 멘토에 대한 사전 교육이 중요하지만 본당의 레지오 마리애와 빈첸시오회의 활동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이주민과의 멘토링은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은 지지와 옹호이다. 사실 이것이 가장 기초가 되어야 한다. 대부분 이주민은 큰 외로움을 겪는다. 이주민이 이웃일 경우 그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거나 안부를 묻는 등 관심을 보이는 것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지지와 옹호이다. 한편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2015년 한 해 동안 ‘인종 차별 금지’ 캠페인을 펼치며 차량용 스티커를 배부했다. 이는 한국 천주교회 차원의 지지와 옹호다. 이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홍보하는 것도 훌륭한 지지와 옹호라 할 수 있겠다.

이상민 신부(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장 파주엑소더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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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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