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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장애인 눈에 비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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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하는 데 멀고 불편한 성당 되지 말아야

▲ 대부분의 고해실이 휠체어가 들어가기에 좁거나 또는 턱이 있어서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장애인 신자들에게 많은 불편을 주고 있다. 백슬기 기자 jdarc@

임병수(빈첸시오 59)씨는 세례받은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고해소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냉담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고해성사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에게 고해소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공간이다. 수원교구 지체장애인선교회 회장인 임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이다. 그는 “20여 년 동안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고해소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고해소가 좁고 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3년 말 현재 등록 장애인 수는 250만여 명으로 전체 국민의 4.8에 이르고 있다. 한국 교회 신자 550만여 명 중 장애인 신자는 최소 25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본당 신자 수가 3000명이면 그중 150명은 장애인 신자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성당에서 장애인 신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스무 명 중 한 명꼴인 장애인 신자를 왜 성당에서 볼 수 없는 것일까. 인터뷰한 지체ㆍ시각 장애인 3명은 “본당의 배려가 부족해 장애인들이 성당에 나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애인들은 신앙생활에 난관이 많다. 장애인 화장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성당도 많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지 않은 성당도 많다. 오래된 성당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도 있다. 고해소도 들어갈 수 없어 장애인들은 어쩔 수 없이 따로 사제와 약속을 잡아 고해소 밖에서 사제의 얼굴을 보고 고해를 해야 한다.

시각 장애인 신자의 신앙생활도 난관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시각 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미사에 참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각 장애인 신자를 위한 봉사자가 있는 본당은 거의 없다. 점자 성가집을 비치해 놓은 성당 시각장애인 안내 점자블록을 설치한 성당도 찾기 힘들다.

시각 장애인 나종천(라이문도 62)씨는 “봉헌과 영성체 때 두 번이나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힘들다”면서 “구역ㆍ반 차원에서 시각장애인 신자들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손길을 내밀면 장애인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씨는 “물리적인 불편뿐 아니라 심리적인 불편도 크다”며 “장애인들에게 무관심한 신자들 이상한 사람 보듯 흘끗거리고 수군거리는 신자들 때문에 장애인들은 상처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비장애인 신자들이 장애인 신자들을 진심으로 환대해주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여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애인 신자를 배려하는 본당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는 건 긍정적인 신호다. 2012년 새성전을 봉헌한 수원교구 상현동본당은 장애인과 어르신들을 위해 대성당을 1층에 지었다. 또 휠체어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고해실을 넓게 만들었다. 장애인 자리도 따로 마련해 놓았다. 19일 새 성전을 봉헌하는 수원교구 원삼본당도 휠체어가 드나들기 쉽게 대성전을 1층에 짓고 계단을 없앴다.

서울대교구와 인천교구는 ‘장애인본당’을 설립해 장애인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장애인본당에 대해 나씨는 “장애인 신자들이 지역 본당에서 비장애인 신자들과 어우러져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장애인본당이 만들어지면 장애인 신자들이 지금보다 더 ‘격리’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병수 회장도 “장애인본당보다는 본당 사목자들이 장애인 신자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지체장애인 신자 단체인 ‘바오로선교회’ 조용호(에우데스 54) 회장은 “교회에서 장애인주일을 제정한다면 신자들이 장애인 신자들을 인식하고 ‘그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이정훈 기자 sju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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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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