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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리빙]낙산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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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낙산성곽길 둘러보기

한낮 더위와 열대야에 지치는 여름일수록 가볍게 걷는 운동은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 혜화문에서 흥인지문에 이르는 한양도성 낙산(駱山) 구간은 이름처럼 산새가 낙타의 등을 닮아 완만하니 산책하기 제격이다. 2.1㎞ 정도 되는 낙산성곽길은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을 거치는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 제1코스 ‘말씀의 길’ 일부 구간이기도 하다. 성지순례를 하면서 조선 시대 정취까지 느낄 수 있는 서울 낙산성곽길을 걸어보자.

▲ 가톨릭대 성신교정 뒤편 성벽. 까맣게 색 바랜 돌이 조선시대에 축조된 돌이다.

산책은 혜화문이나 흥인지문 둘 중 어디서 시작해도 무방하지만 성곽 길을 걷기 전 여러 가톨릭 건물을 만나 볼 수 있는 혜화문 입구에서 시작하는 길을 택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에서 혜화문 앞 성곽길 입구까지 거리는 600m. 걸어서 10분이 채 안 걸리는 이 거리에 다양한 가톨릭 건물이 있다. 그중 가장 먼저 만난 반가운 장소는 108년 역사를 지닌 ‘동성고등학교’다. 학교 앞에는 동성고 총동창회가 운영하는 ‘혜화아트센터’도 있었다. 학교를 지나자 서울에서 세 번째로 지어진 성당인 혜화동성당이 나왔다. 혜화동성당과 혜화유치원 사이에 길이 하나 있는데 바로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입구다. 신학교인 이곳은 1년에 단 한 번 성소 주일에만 일반 신자에게 개방된다. 신학교를 둘러싸고 뒤로 이어지는 길이 낙산성곽길 초입이다. 성곽 길에 들어서자 주변이 조용해지고 땡볕이 무색할 만큼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성벽은 배와 등의 색이 다른 구렁이처럼 위아래 돌 색이 달랐다. 돌이 다듬어진 모양도 조금씩 달랐다. 축조시기에 따라 모양과 색이 달라 지층처럼 나뉘게 된 것이다. 성벽은 태조와 세종 숙종 때부터 최근 서울시 복원작업까지 여러 시대의 손을 거쳤다. 아랫부분을 바치고 있는 조선 시대 돌들은 지내온 세월을 말해주는 듯 검게 변해 있었다.

▲ 한양도성 낙산 구간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암문을 통해 도성 안으로 들어가니 낙산공원 광장이었다. 광장에는 전망대가 3곳이 있는데 위치마다 이색적인 서울 전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가히 서울의 몽마르트르 언덕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은 전망이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바람에 식히며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고 있을 무렵 혜화동 근처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낮 12시 삼종 기도 시간을 알리는 은은한 신학교 종소리가 귓가에 울려왔다. 이화동 벽화 마을과 장수마을 낙산성곽길을 걷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들러볼 만한 두 마을을 추천한다. 첫 번째는 낙산 구간 성벽 안쪽에 자리한 ‘이화동 벽화 마을’이다. 이곳은 본래 오래된 주택들이 줄 이은 대표적 낙후 지역이었지만 2006년 정부 지원으로 예술가들이 벽화 마을로 꾸미면서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 이화동 벽화 마을의 어느 집 외벽에 그려진 그림. 건물 외벽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그림 빈터에 세워진 조형물 계단 따라 그려진 커다란 꽃 등 전부 관광객들의 사진 배경이 된다. 그 덕에 마을 좁은 골목길에는 카페와 음식점이 가득하다. 낙산공원 동남쪽 성벽을 끼고 있는 ‘장수마을’은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6ㆍ25전쟁 이후 형성된 판자촌이었던 마을은 주민 대부분이 60세 이상 어르신이었다. 그래서 장수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장수마을은 워낙 건물이 낡고 오래된 탓에 한때 뉴타운 예정지로 꼽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뉴타운 재개발을 중단했고 마을 재생 사업을 펼쳐 곳곳을 새롭게 꾸몄다. 화사하고 깔끔하게 변한 장수마을 곳곳엔 정감 가는 벽화가 가득하다. 또 사람들이 남기고 간 소원 나무 조각으로 채워진 이색적인 공간도 생겼다. 전과 비교하면 두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마을 곳곳을 구경하며 사진 촬영하는 것도 좋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사실을 유의하면 좋겠다. 글 사진=백슬기 기자 jda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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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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