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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의 와인 오디세이]그리스도 대속의 피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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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자 미상. ‘십자가를 지고 피땀 흘리는 예수 그리스도.’ 예수 그리스도 발 밑에 놓여진 포도가 눈에 띈다. 공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예수는 한 마을의 결혼식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게 된다. 우리가 잘 아는 ‘카나의 혼인잔치’ 이야기다. 그분의 첫 기적이다. 그런데 죽은 자를 살리고 물 위를 걷는 초자연적인 기적으로 멋지게 데뷔한 것이 아니다. 쪼잔하게 항아리의 물을 술로 바꾸는 기적을 한 것이다. 기적이기나 한 걸까? 속임수로 의심될 수도 있었다. 왜일까? 무엇 때문에 예수는 첫 기적으로 포도주를 만들었을까? 물은 생명수(Aqua Vitae)다. 지구 생명의 근원이며 인간 생존에 필수다. 태초부터 자연적으로 있었다. 가장 소중한 것인데 늘 있다 보니 중요성을 잊을 수도 있다. 예수는 이제 이 물의 형상을 다른 것으로 바꾼다. 같은 액체인데 이번엔 붉은 피다. 피는 물보다 더 고귀하다. 생존에 필수 요소가 아니라 생명 그 자체이다. 예수는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킴으로써 그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세계와 새로운 계약을 맺기 원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 ‘물의 계약’에서 ‘피의 계약’으로 전이된 것이다. 이것이 첫 기적으로 포도주를 선택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제 인류의 죄를 대속한 십자가 사건으로 가 보자. 해골산으로 불리는 골고타 언덕으로 십자가를 지고 죽음을 향해가는 예수. 가시관이 깊게 박힌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십자가에 못 박힌 두 팔목과 발목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힘들고 고된 마지막 호흡을 멈춘 그의 죽음을 로마 병사들은 창으로 가슴을 찔러 확인한다. 그곳에서 마지막 피가 흘러나온다. 이 사건을 와인 문명사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삽입된 그림에서 보듯이 십자가를 진 예수 그리스도가 발로 포도를 밟고 있다. 포도가 으깨어지면 붉은 포도즙이 나오는데 이 포도즙으로 포도주를 만든다. 그런데 이 벽화에서 보면 포도즙에 그리스도의 피가 섞인다. 그리스도의 피는 결국 포도주를 통해 형상화됐음을 보여 준다. 그 직전에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 예수는 잡히던 날 저녁에 어느 다락방 이층에서 제자들과 만찬을 함께한다. 예수는 포도주를 마시고 사례한 후 이렇게 말한다. “이는 내 피의 잔이니 너희와 모든 이의 죄 사함을 위하여 흘릴 피니라. 너희는 이 예식을 행함으로써 나를 기억하라.” 이는 실로 엄중한 명령이다. 스승이자 구세주로 모신 예수의 마지막 명령이기에 제자들과 그 후예인 성직자들은 지금도 전 세계 어디서든지 미사성제를 올리며 포도주를 마신다. 로마 제국은 처음엔 그리스도교를 박해했지만 후일 공인하고 국교로 삼는다. 이제 그리스도교가 전파되는 지구상의 어디서든 교회가 건설되고 주변에서는 포도밭이 조성되었다. 처음엔 유럽 대륙에서 15세기 지리상의 대발견 이후에는 새로 발견된 신대륙에서 포도주가 생산되었다. 초기에는 대부분 종교적 필요가 목적이었다. 포도밭을 일구는 것은 신성한 노동이며 그 결과 포도주를 얻게 되고 이 포도주로써 그리스도교의 핵심 예식인 성찬례가 완성된다. 이처럼 인류의 죄를 대속한 예수 그리스도의 피는 미사성제를 통해 사제가 영하는 포도주로 기억되고 이리하여 그리스도교와 포도주와의 긴 인연이 시작되었다. 다음 호에는 미사주가 어떻게 생산되고 사용되는지 그리고 미사주의 미식적 특성에 대해 알아보겠다. 스테파노 손진호와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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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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