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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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기획-주님 어서 저를 도우소서] 1.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빈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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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귐·섬귐·나눔 정신으로 가난한 이들과 ‘더불어 살기’

오늘날 ‘가난한 이들’은 우리에게 얼마나 관심의 대상일까? 뉴스에 등장하는 남 이야기로만 여기지는 않는가.

늘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강조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사순 시기 담화에서 “우리는 자비의 육적 활동과 영적 활동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며 쉴 곳을 마련해주는 육적 활동과 더불어 조언 교육 기도와 같은 영적 활동으로 ‘자비의 실천’을 요청한 것이다. 그 첫 번째로 가장 소외된 이웃 가운데 오랜 기간 사회와 이웃의 외면 속에 사는 ‘빈민’에 대해 돌아봤다.

▲ 2008년 서울 삼양동선교본당 설립 10주년을 맞아 본당 이전 축복식이 있던 날 주민들이 골목에 나와 옹기종기 앉아있는 모습. 선교 본당은 이들을 위한 공소 역할을 하며 공동체성을 심어주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대한민국 빈민 현주소

우리나라 도시화율은 90를 훌쩍 넘는다. 국민 대부분이 도시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도시로 인구 과잉 집중된 현상은 곧 실업 빈곤 주택 환경 범죄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했다. 1960년대부터 불어닥친 산업화 열풍 도시 재개발 각종 개발 정책은 역설적이게도 곳곳에서 빈민을 낳았다.

빈민의 범주 안에는 ‘도시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인 도시 빈민을 비롯해 주거 취약 계층 차상위 계층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다양한 이들이 속한다. 2010년 인구 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비닐하우스 판잣집 움막 등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 계층이 전국 11만 3000가구에 달하며 서울에만 2013년 현재 12만 명이 집 없는 취약 계층이다.

저소득층 관련 조사 결과는 더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약 135만 명(90만 가구)에 이르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은 1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빈부 격차가 큰 대한민국은 2013년 상위 10와 하위 10 소득 격차가 10배 넘게 벌어지는 등 소득의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염수정 추기경과 유경촌 주교가 노숙인을 위해 배식을 하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빈민을 ‘위해’가 아니라 빈민과 ‘함께’

1970년대 강제 철거로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된 빈민들과 함께 지낸 ‘빈민의 대부’ 예수회 정일우(존 빈센트 데일리 1935~2014) 신부는 어느 날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을 찾아 다짜고짜 따지듯 물었다. “추기경님 이 나라에 국민이란 존재가 있기나 하는 겁니까?”

이역만리 대한민국 가난한 이들의 삶에 들어가 스스로 빈민이 된 미국인 정 신부가 이 같은 질문을 하자 김 추기경은 소스라치게 놀라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다.

정 신부는 “서울 양평동 판자촌이 철거되는데 사람들이 갈 데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 추기경은 곧장 독일 원조 단체에 편지를 보내 극적으로 미화 1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지원금은 철거민 200여 가구가 경기도 시흥으로 이주하는 ‘씨앗’이 됐다. 철거민의 대부 제정구(바오로 1944~1999) 의원과 함께 빈민들 삶을 돌봤던 정일우(1935~2014) 신부의 활동은 이후 교회 빈민사목의 밀알이 됐다.

1987년 설립된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는 현장에서 철거민들을 ‘위해서’(for)가 아닌 ‘함께’(with) 살았던 사목자와 평신도의 삶을 본받아 설립됐다. ‘사귐’ ‘섬김’ ‘나눔’의 정신으로 발족한 빈민사목위원회는 서울 주요 빈민촌에 선교본당을 설립 그들을 위한 △협동조합 운영 △대출 사업 △취업 상담 △의료 상담 △신앙 상담 등 다양한 지원을 해오고 있다.

현재 서울에는 금호1가동ㆍ무악동ㆍ봉천3동ㆍ삼양동ㆍ장위1동 등 5개 선교본당이 있으며 각 선교본당에는 현재 20~40여 명의 주민이 미사 성경공부 교리교육 등에 참여하고 있다. 또 선교본당들은 주민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지역 센터 역할을 하는 ‘평화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모두 7곳의 평화의 집이 있고 평화의 집마다 ‘복음화 위원’이라 불리는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빈민들의 삶을 돕고 있다.

빈민사목위원회 홍은하(젬마) 사무국장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빈민들을 위해 ‘교회 문턱’을 낮추고 ‘초대 교회 신앙 공동체’ 모습을 이루며 살도록 선교본당이 공소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긴급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실생활 어려움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난의 굴레는 생각만큼 쉽사리 벗겨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 ‘빚’과 ‘가난의 대물림’ 속에 살아가는 이들은 과거 비닐하우스와 판자촌 형태 주거에서 개선된 형태인 ‘공공 임대주택ㆍ임대 아파트’에 입주하기도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도리어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을 낳는 등 개별 이웃의 어려움을 더욱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우언회 위원장 임용환 신부

▲ 임용환 신부

“빈민사목위원회 사명은 ‘빈민과 함께 살기’입니다. 그들이 공동체성을 더욱 고양해 연대하도록 하느님의 힘을 전하는 것이 저희 주된 활동입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임용환 신부는 “빈민사목위원회의 지난 30년은 주거권 투쟁 연대 공동체 마련 등 가난한 이들 가운데에도 특히 도시 빈민이 조금이나마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함께해 온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빈민사목위 활동은 과거 철거 현장에서 시작해 이후 ‘선교본당 체제’를 구축한 뒤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선 용산 참사 사건 세월호 사건 등 곳곳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사목에도 주안을 두고 있다. 아울러 임 신부는 새터민 이주민 등 빈민의 범주도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 신부는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러나 빈민의 주거 문제 일자리 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재개발 현장 산동네에 사는 홀몸 어르신들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학생들은 학원비 수학 여행비도 없어 전전하는 등 빈민의 어려움은 전 세대에 걸쳐 진행 중이며 대물림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신부는 “많은 빈민 가정이 가난 때문에 해체되고 자녀는 방치돼 제대로 된 교육도 이뤄지지 않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대기업 위주 개발 위주 정책보다 이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 예산을 늘리고 교회 신자들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빈민사목위는 이를 위해 교육과 각종 세미나 등을 통해 빈민의 현실을 알려 왔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현재 빈민사목위가 있는 교구는 서울ㆍ광주ㆍ부산 세 군데다.

“한겨울을 전기장판 하나로 나는 어르신들을 위해 말벗이 돼 주세요. 청소년들을 위한 재능 기부 교육자도 돼주세요. 우리 각자가 아끼고 절약하는 삶이 곧 이웃과 가난한 이들을 돕는 간접 후원 활동이 됩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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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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