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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 주일] “하늘나라 친구 대신, 고통받는 이들 보듬는 사제 되고파”

세월호 고 박성호군과 약속 지키려 신학교 입학한 심기윤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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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고 박성호군과 약속 지키려 신학교 입학한 심기윤군


▲ 심기윤군(오른쪽)과 박성호군이 예비신학생 피정에서 제의를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심기윤군 제공



“언젠가부터 꼭 함께 사제가 되자고 다짐했었지…. 이제 더는 그 꿈을 함께 하지 못하게 됐어. 이 현실 속에서 주님께서 내게 주시는 뜻을 잘 모르겠어.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느꼈어. 네가 이곳에서 하지 못한 일들, 이루지 못한 꿈을 내가 대신해서라도 꼭 해주어야겠다고.”



2014년 4월 26일, 수원교구 안산 선부동 성가정성당에서 봉헌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박성호(임마누엘, 당시 단원고 2학년)군의 장례 미사. 한 소년이 제단에 올라와 울먹이며 고별의 편지를 읽었다. 바로 박군의 십년지기 단짝 친구인 심기윤(요한 사도)군으로 그는 제단 위에서 “함께 사제가 되자고 했던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약속했다.

2016년 3월, 심군은 약속대로 신학교에 입학해 사제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세월호 참사 2년을 앞둔 7일 수원가톨릭대에서 심군을 만났다. 그는 “열심히 신학교 생활을 해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처럼 고통받는 이들, 소외된 이들을 보듬어주는 사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안산 선부동 성가정본당 주일학교에서 성호를 처음 만났다. 세례명이 임마누엘이었던 성호를 아이들은 “임마(인마)”라고 놀렸고, 심군은 아이들에게 “그러지 말라”며 성호 편을 들어줬다. 그 일을 계기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매일같이 붙어 다녔다.

“함께 동네를 걸어 다니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어요. 기쁜 일, 안 좋은 일, 고민을 늘 함께 나눴어요. 밤에 집에서 몰래 나와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보고, 일출을 같이 보러 간 적도 있어요. 추억이 참 많아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예비신학생 피정을 하면서 “함께 사제가 되자”고 약속했다. 밝은 표정으로 친구와 추억을 이야기하던 심군은 ‘세월호’ 이야기가 나오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참사가 일어나기 전 주일(4월 13일)에 성호를 만났어요.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성호는 ‘돌아와서 성금요일 전례 때 복사를 설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다녀와서 보자’고 했어요.”

사고가 일어나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성호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난 후 성호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실감도 나지 않았고 믿을 수도 없었다. 심군은 “처음으로 하느님을 원망했다”면서 “이 세상의 빛이 다 사라진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친구를 데려간 하느님에 대한 원망이 풀리지 않았을 때, 한 신부님에게 “지금 누구보다 아파하는 분은 하느님일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원망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때부터 더 열심히 예비신학생 모임에 참석했다. 그리고 마침내 신학교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아직 신학교 생활을 한 달 남짓밖에 하지 않은 ‘새내기’지만 심군은 “신학교 생활이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또 “항상 성호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생활해 꼭 착한 사제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고통받는 이들, 소외된 이들, 아파하는 이들의 심정을 알게 됐어요. 그들에게 하느님, 신부님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될 수 있는지도 알게 됐고요. 아직 이런 말을 하긴 이르지만, 저도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사제가 되고 싶어요. 기도 중에 성호에게 ‘많이 응원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어요.” 임영선 기자 hello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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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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