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시시각각 변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다양한 표정

정수경 가타리나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교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정수경 가타리나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교수




학생들에게 스테인드글라스를 강의하면서 매 학기 현장 학습을 진행하곤 한다. 강의실에서 스크린 화면을 통해 바라보는 것만으로 실제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운 빛과 색채, 그리고 건축 공간 내에서의 역할과 조화를 느끼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국내 여러 작품 가운데 오늘 소개하려는 가톨릭대 성신교정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1년에 한 번은 학생들과 함께 성당을 방문해 감상하는 작품이다. 신학교 내 성당이라 출입이 자유롭지 않음에도 이곳을 찾는 이유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전통적인 면과 현대적인 면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사례로, 다양한 주제와 표현 양식으로 이뤄진 각각의 장면을 현장에서 학생들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방문하는 계절, 시간, 날씨에 따라 다른 모습을 연출하는 작품 앞에서 스테인드글라스의 수많은 표정을 마주하곤 한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작가인 최영심의 1996년 작품이다. 최영심은 오스트리아 슐리어바흐 공방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연구하고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국내 여러 성당에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가톨릭대 성신교정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2연창 구조와 둥근 네 잎 원 모양과 마름모꼴이 교대로 반복되고 있는 틀 안에 성경의 장면들을 작가 고유의 표현으로 완성하는 방식 등에서 중세 스테인드글라스의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작품은 성당 입구 쪽부터 첫 번째 창에는 예수 탄생 예고, 예수 성탄, 카나의 혼인 잔치에 이르는 주요 장면들을 재현하고 있고, 두 번째 중앙 창에는 가시덤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모세, 홍수 속에서의 노아, 깊은 물 속에서의 요나를 통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불과 물, 땅 위에 하느님의 현존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제대 쪽에 위치한 세 번째 창에는 예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요한 묵시록과 연계해 표현했다.

가톨릭대 성신교정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내용의 조화 못지않게 표현 양식 면에서도 형태와 색채를 조화롭게 배치해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다. 원색적인 색감이 주를 이루는 중심 장면과 단순한 면으로 처리된 은은한 색조의 배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깊은 빛을 전해 주고 있다. 안료의 질감을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색유리 앞뒷면 페인팅 기법, 흑유로 바탕을 칠하고 긁어내는 기법, 에칭 기법 등 다양하고 섬세한 페인팅 기법을 구사해 회화적 느낌을 한층 고조시켰다.

최영심은 성경 내용을 구상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직접 제시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인간 실존의 문제와 결부된 개인적 고뇌를 표현하고자 했다. 작가는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에서 여러 차례 ‘부활’을 주제로 삼았다. 그러나 그는 부활을 주제로 한 작품에 일반적으로 등장하는 예수의 부활 장면 대신 시련과 고뇌로부터 해방을 이야기하는 구약의 인물들인 노아와 요나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신약 성경의 ‘씨 뿌리는 자의 비유’, ‘슬기로운 처녀들과 어리석은 처녀들의 비유’, ‘사막에서의 예수의 유혹’ 등 최영심의 작품은 구체적인 이미지를 담은 구상적 표현으로 성경의 내용을 전달하는, 빛을 담은 성경으로 재창조되고 있다. 이렇게 성경의 말씀을 토대로 창조된 작가 고유의 내러티브적인 이미지들은 중세 스테인드글라스의 서술적 기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한 개인, 인간으로서 실존의 문제, 더 나아가 예술가로서 삶에서 추구했던 해탈과 초월의 경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6-08-24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3. 28

예레 3장 15절
내가 너희에게 내 마음에 드는 목자들을 보내리니, 그들이 너희를 지식과 슬기로 돌볼 것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