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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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주교회의 순례단 방한] 한국 방문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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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교회 성직자들과 신자들이 한국교회 곳곳의 순교성지들을 순례했다. 10월 14~23일 9박 10일간 이어진 여정이었다. 프랑스 주교회의 차원으로서는 처음 추진한 이번 순례는 병인순교 150주년과 한불수호조약 체결 130주년을 기념해 이뤄졌다. 특히 프랑스 순례단 방한은, 박해시기 한국교회 성장에 크게 기여한 프랑스 선교사들의 역할을 되짚어보고, 한국과 프랑스교회가 순교영성을 바탕으로 함께 새로운 복음화를 펼쳐나갈 또 다른 씨앗이 됐다.


■ 프랑스 선교사와 한국교회

한국교회는 자생적으로 그리스도 신앙을 싹틔운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하지만 이렇게 싹튼 한국교회가 성장하게 된 데에는 프랑스 선교사들의 공이 컸다. 프랑스교회와 한국교회의 관계는 1831년 9월 9일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이 조선대목구를 설정하고, 파리외방전교회 브뤼기에르 주교를 초대 대목구장으로 임명하면서 시작됐다. 바로 프랑스 선교사들을 통해 한국교회가 보편교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1836년 모방 신부의 입국을 시작으로 이듬해 샤스탕 신부와 앵베르 주교가 한국에 들어와 교회의 기틀을 세웠다. 한국에 처음 들어왔던 이 세 명의 선교사들은 성직자 양성을 위해 특별한 공을 들인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들은 김대건과 최양업, 최방제를 신학생으로 선발해 유학을 보냈다. 그 결과 1845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사제품을 받았다.

파리외방전교회는 1658년 교황청 포교성성(현 인류복음화성)의 선교 지침에 따라 아시아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에 따라 지역교회 자립을 위해 ‘본토인 성직자 양성’에도 매진했다. 1853년에는 충청도 배론에 신학교를 설립해 성직자를 양성하기도 했다.

파리외방전교회는 출판 및 당시 기록 수집에도 크게 힘썼다. 베르뇌 주교와 다블뤼 주교는 인쇄소를 세워 한글 교리서 보급에 크게 공헌한 이들이다. 앵베르 주교와 페레올 주교, 다블뤼 주교는 오랜 세월 동안 한국 순교자들의 치명사적을 조사, 이후 1925년 79위 순교자가 시복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선교사들은 파리 본부에 각종 보고서와 서한을 꾸준히 보내, 한국교회 소식을 전했다. 달레 신부의 「한국천주교회사」는 바로 이 서한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영근 열매다.


■ 프랑스 선교사 현양사업 확산

하지만 기나긴 박해는 수많은 선교사들의 순교로 이어졌다. 1836년부터 병인박해가 일어나던 1866년까지 모두 20명의 프랑스 선교사가 한국에 들어왔고 12명이 순교했다. 이 중 10명은 1984년 한국 순교자와 더불어 시성되는 영광을 얻었다.

한국 순교성인들과 함께 10명의 프랑스 선교사들이 시성되자, 프랑스 내에서도 이들 선교사에 대한 현양사업이 확산돼왔다. 앵베르 주교의 고향 마리냔느에는 성인 이름으로 봉헌된 ‘성 앵베르 성당’이 있다. 또 마리냔느가 속한 액상프로방스교구에는 산하 30여 개 본당 신자들이 참여하는 성 앵베르 기념 사업회가 있다.

다블뤼 주교의 고향인 샤토 뒤 르와르가 속한 르망교구도 다블뤼 성인의 현양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9일, 교구는 다블뤼 주교 순교 150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현양대회를 거행했다. 볼리외 신부의 고향인 보르도대교구의 교구청사는 볼리외 주교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이들 프랑스 순교성인들은 한국교회와 프랑스교회 사이 교류의 물꼬도 텄다. 삼성산성지를 관할하는 서울 삼성산본당은 앵베르 주교와 모방·샤스탕 신부의 고향인 마리냔느본당, 바씨본당, 마르쿠본당과 자매결연하고 있다. 덕분에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순례단도 간간히 꾸려져 각 성인들의 고향과 순교성지를 순례하고 있고, 이 또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 주교회의가 병인순교 150주년을 맞이해 공식 순례단을 조직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순례에는 보르도대교구와 르망교구, 아미앵교구 등 모두 9개 교구가 동참했고, 보르도대교구장 장-피에르 리카르 추기경을 포함해 주교도 5명이나 참가해 의미를 더했다. ‘교회의 맏딸’로 불리는 프랑스교회가 한국교회를 ‘피를 나눈 형제교회’로 인정하고 확인했기에 가능한 여정이었다.


■ 한국-프랑스교회 우호확대의 계기

프랑스 주교회의 순례단은 프랑스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찾는 중에도 한국과 한국교회를 더 깊이 알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 선교사들의 눈을 통해 한국을 배웠다. 경주를 찾아 한국의 문화재들을 돌아보고, 안동에서는 농민들과 만나 그들의 삶과 농촌 현실에 관해 듣는 시간도 가졌다. 일선 본당 신자들의 가정에서 일상적 삶을 나누는 여정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방한 일정 중에는 한국 주교단과의 간담회를 마련, 양국 교회가 겪고 있는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면서 사목활동에 관한 정보를 공유했다.

프랑스 주교단을 대표해 발언한 르망교구장 이브 르 쏘 주교는 이 자리에서 세속주의가 만연함에 따라 더 침체되어가는 프랑스교회의 현실에 관해 우려를 밝히고, “프랑스는 더 이상 그리스도교 국가가 아니다”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늘어나는 이슬람 신자와 무신론자들과의 대화 문제와 청년사목, 가정사목, 사제 및 수도자 성소 부족 등에 관한 대화도 이어졌다. 르 쏘 주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한국 땅에 찾아와 순교한 선교사들과 이 땅에서 피를 흘린 신자들의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하고, 양국 교회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인터뷰 / 순례단 대표 보르도대교구장 리카르 추기경

“한국의 깊은 신앙 보며 프랑스 신자들 돌아보게 돼”


“한국 신자들의 깊은 신앙심에 감동받았습니다. 프랑스 선교사들이 보여준 증거의 씨앗이 이렇게 커진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프랑스 주교회의 한국 순례단 대표 장-피에르 리카르 추기경(보르도대교구장)은 또한 “열렬히 환영하고 융숭한 대접을 해준 한국 신자들에게 특별히 감사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리카르 추기경은 이번 순례가 한국과 프랑스의 우애와 한국교회와 프랑스교회 사이의 형제적 관계를 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 교회의 형제적 관계가 오늘도 지속되고 있는 것은 “여전히 한국에는 프랑스 선교사가 있고, 프랑스에도 한국 선교사가 머무는 덕분”이라고 말했다.

보르도대교구는 성 볼리외 신부의 고향이기도 하다. 리카르 추기경은 “볼리외 신부가 한국에서 활동한 것은 고작 8~9개월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복음의 효과는 누가 얼마나 오랫동안 노력했는가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볼리외 신부는 훌륭한 성덕으로 한국교회와 프랑스교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리카르 추기경의 말에 따르면 보르도대교구는 활발하게 볼리외 신부 현양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 보르도대교구는 교구청 청사를 대대적으로 개보수하고, 볼리외 신부의 이름을 따 새 교구청 건물 이름을 지었다. 축복식 후에는 볼리외 신부의 영정을 들고 새 교구청사에 입주하기도 했다.

리카르 추기경은 이번 순례 동안 한국 주교단과 교회 문제를 나눈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 주교님들과 같이 이야기하면서 물질주의와 세속화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추기경은 “믿음, 희망, 사랑이라는 영적 선물을 받아 돌아간다”면서, 한국교회가 준 이러한 선물들이 “양국 교회 사이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추기경은 “이번 순례는 한국 신자들의 신앙을 통해, 우리 프랑스 신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더욱 널리 알리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이었다”고 평가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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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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