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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리빙] 연말연시, 손편지로 감사의 마음 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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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소통하는 스마트 시대. 우표 한 장 값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학창 시절의 수업 시간에 돌렸던 쪽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감사 편지, 눈물 자국으로 쭈그러진 연애편지 등 손때 묻은 편지는 ‘추억의 전유물’로 사라지고 있다. 진심이 담긴 편지 한 통이 세상을 따뜻하게 한다고 외치는 한 작가가 있다. 해마다 200여 명에게 성탄 편지를 쓰는 손편지 전문 작가 윤성희(아가타, 41)씨다.

다가온 연말연시, 존재만으로도 고마운 소중한 이에게 편지 한 통 어떨까.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친구 혹은 직장 동료도 좋다. 우표는 문구점에서 팔지 않는다. 우체국 혹은 인터넷 우체국에서 살 수 있다. 규격 봉투용 우표는 300원, 규격 외 봉투에는 390원짜리 우표를 붙여야 한다.

 

①감사 편지

연말에는 감사 편지를 써보자. 어느 한 사람을 정해 1년 동안 이 사람의 존재가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자. 아주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수 있다. 작지만 구체적인 것들을 찾아서 이야기해 주면 상대방은 존재의 의미를 느끼게 된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살아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1년 동안 잘 자라주어 고맙다는 편지를 쓸 수 있다. 감사 편지를 쓰기 위해 펜을 들었다면 당신은 이미 행복한 사람이다.

 

“엄마. 태어나서 마흔 번째 맞는 어버이날이에요. 어릴 땐 카네이션도 만들고, 가슴에 꽃도 달아주고 한 것 같은데 어른이 되면서 더 그런 걸 못하고 사는 것 같아요. 그래도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아니, 나이 먹으면서 오히려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딸이 엄마에게 쓴 ‘감사편지’ 중)

 

②축하 편지

누군가에게 축하할 일이 생기면 우리는 선물을 먼저 떠올린다. 선물과 편지를 같이 보내면 받는 사람은 편지를 먼저 뜯어본다. 어떤 일을 축하하는 것은 그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다. 생일을 축하해 주는 것은 상대방이 이 세상에 존재함을 기뻐하고 있음을 알려 주는 일이며, 결혼을 축하하는 것은 새로운 가정의 탄생을 기뻐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희망해 주는 것이다. 축하하는 마음에 의미를 부여해 써 보자.

 

“모든 성인 대축일에 예수님을 모시게 되는 찬 야고보! 비타민과 초콜릿으로 영성체 모시는 걸 연습하는 야고보! 예쁘고 예뻐! 지난 3월부터 10월 말까지 긴 여정이었지만 예수님께 다가서려고 열심히 하던 네 모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힘들었던 새벽 미사도, 저녁 미사도, 길었던 교리도…. 열심히 하면서 마음을 다했던 야고보, 하느님 보시기에 좋으셨을 거라 생각해.”(첫영성체를 하는 아들에게 보내는 ‘축하 편지’ 중)

 

③위로 편지

위로 편지에 담겨야 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상대방의 아픔을 생각하고 있음을 알려 주는 것이다. 아픔을 공감해 주는 마음은 아픔을 겪는 이에게 큰 위로가 된다. 때로는 말보다 작은 글이 상대방에게 더 힘이 될 때가 있다.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 여러분, 직접 찾아뵙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지 못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한국 방문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실종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직도 희생자들을 품에 안지 못해 크나큰 고통 속에서 지내고 계신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위로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 실종자에게 보낸 ‘위로 편지’ 중)

 

손편지 쓰기 TIP 하나- 7:3의 법칙

손편지는 받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 편지 내용의 70는 상대방이 듣고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30는 나의 안부를 전하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해 70를 쓰려면 편지를 받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어야 한다.

 

손편지 쓰기 TIP 둘- 아름다운 문장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라

사람들은 편지를 쓸 때 어떻게 아름다운 문장을 써야 할지 고민한다. 멋진 문장을 찾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솔직하고 단순하게 쓰는 게 좋다. 편지는 글을 쓴다기보다 친구에게 수다를 떨듯 말하듯이 쓰면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손편지 쓰기 TIP 셋- 악필이라는 두려움을 버려라

악필은 없다. 개성체만 있을 뿐이다. 편지 쓰기를 망설이게 하는 것 중 하나가 글씨체다. 편지를 받는 사람은 글씨를 보는 게 아니라 내용을 본다.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글씨체도 누군가에게는 예쁜 글씨로 보일 수 있다.

 

(윤성희씨의 저서 「기적의 손편지」에서 발췌)


인터뷰/손편지 전문 작가 윤성희(아가타)

“감동도 받아 본 사람이 전할 수 있듯 편지도 받아 본 사람이 그 기쁨을 전할 수 있어요. 손편지를 받으면 내가 소중한 사람이란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편지 쓰기 붐을 일으키고 싶다는 윤성희씨는 많은 사람이 서로에게 편지를 쓴다면 세상은 따뜻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손편지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있습니다. 손으로 편지를 쓰면, 편지지를 고르는 일부터 쓰는 시간 동안 오로지 한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편지는 상대방을 위한 축복의 기도입니다.”

윤씨는 “문자 메시지, 카톡, 페이스북 등 소통의 도구는 늘어났지만 마음을 주고받기는 어려워졌다”면서 “페이스북에 먹은 음식, 여행지 등을 올리는 사람은 많아도 힘들고 지칠 때 힘들다고 쓰는 사람은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 중인 윤씨는 학창 시절부터 편지 쓰는 일을 즐겼다. 주일학교 교리교사로 활동하면서 교사와 학생들에게 손편지로 마음을 나눴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윤씨는 아이의 필통에 쪽지를 몰래 넣어 두어 사랑하는 마음을 전했다. 일명 필통쪽지로, 필(feel)이 통하는 쪽지의 줄임말.

“두 달 동안 매일 필통쪽지에 ‘너는 소중한 사람이다, 사랑한다’는 내용으로 보냈는데, 쪽지는 아이에게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도구였어요.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 줬습니다.”

편지 관련 서적을 200여 권이나 소장하고 있는 윤씨는 “일기보다 편지의 역사가 더 오래됐다”며 “기원전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는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쓴 편지를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며 글쓰기 및 손편지 강의를 하는 윤씨는 편지쓰기 전도사가 다 됐다. 그에게 손편지란 관계를 바꾸는 작은 습관이다. 그는 편지 쓰는 사람이 늘어날 때 세상은 연쇄적으로 따뜻해진다고 믿는다. 편지에는 정성 들여 녹여낸 관심과 사랑, 감사, 공감의 언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윤씨는 성당에 나오지 않는 청소년이나 냉담 신자들이 걱정되는 사목자가 있다면, 이들에게 따뜻한 손편지 한 통을 보내 볼 것을 조언했다. 비록 내용은 같고, 이름만 달리 써서 보내더라도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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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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