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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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 정진석] (38) 주님께 영광

스무살 된 청주교구, 신앙의 힘으로 한 단계 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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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된 청주교구, 신앙의 힘으로 한 단계 성숙

▲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노기남(왼쪽부터) 대주교, 교황대사 루이지 도세나 대주교, 정진석 주교.

▲ 1978년 11월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청주교구 설립 20주년 기념 신앙대회 전경.





설립 20주년 기념행사 ‘1만 인파’

정 주교, 대형 체육관 개최 제안

다 채울 수 있을까 일부선 우려

‘지역사회 선교’ 실현 의지 증명



1978년은 정진석 주교에게 너무나 특별했다. 사랑하는 청주교구가 20년이 돼 어엿한 청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교구에 내려주신 은총에 감사하면서 설립 20주년인 1978년 11월 5일에 20주년을 기념하는 신앙대회를 개최하기로 계획했다.

5월에 열린 교구 사제단 총회에서 20주년 기념 신앙대회에 대해 논의하면서 기념 성당으로 무극성당을 건립하기로 했다. 또 10월 22일부터 11월 5일까지를 ‘신앙대회를 위한 특별 기도 기간’으로 선포하고, 이 기간에 ‘교회 발전을 위하여’라는 지향으로 교회 구성원이 다 함께 묵주기도 5단을 봉헌하기로 했다. 교회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는 ‘기도’라는 것을 정 주교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주교는 한 가지를 더 제안했다.

“이왕이면 선교도 할 겸 청주체육관을 빌려 외부에서 대대적으로 행사하는 게 어떨까요?”

정 주교의 말에 준비하는 신부들은 난색을 보였다.

“어이쿠! 주교님, 체육관에는 적어도 6000명이 참석해야 합니다. 우리 교구 실정상 결코 쉽지 않습니다. 만약 자리를 채우지 못해 휑하게 보이면 밖에 큰 망신이 될 수도 있어요!”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자리를 못 채울 수도 있어요!”

20주년 행사를 주교좌성당에서 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신중론도 많았다. 그러나 정 주교는 며칠 동안 고민하다 "지역사회에 선교하는 의미가 중요하니 청주체육관에서 해야 한다"고 결심을 굳혔다. 그래서 주제도 일찌감치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라’로 정했다.

목표가 생기면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법이다. 본래 계획은 조금 높게 잡아야 한다는 것이 정 주교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한번 결정한 다음에는 신부들을 설득하고 신자들을 격려했다. 정 주교의 강한 의지에 신부들도 마음을 모았다. 20주년 행사를 하는 당일 아침까지도 사제들은 최선을 다했다.

교구가 설립된 후 처음 있는 행사였기에 걱정도 많았지만 신자들에게는 자부심도 안겨줄 수 있는 행사였다. 사실 정 주교는 어떻게든 신자들을 모시고 와 교구의 20살 생일을 좀 알려보자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 주교는 그날 그곳에 인파를 모아주실 분은 성모님이라 굳게 믿었다. 점점 그런 확신이 더 생겼다.

드디어 1978년 11월 5일, 주일이 밝았다. 청주교구 곳곳에서 신자들이 행사장인 체육관으로 모여들었다. 청주에서 멀리 떨어진 거리에 있는 본당의 신자들도 팻말을 앞세우고 속속 입장했다.

행사 직전, 신자들이 얼마나 모였는지 궁금했던 정 주교는 식장 안으로 들어가 눈을 들어 관람석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1층 플로어부터 2층 관람석까지 신자들이 꽉꽉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자들 모습을 보고 있자니 구약성경에서 백성들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40년의 광야생활을 마치고 가나안 땅에 입성하는 구절이 떠올랐다. 신자들의 밝은 얼굴과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 무엇보다 기뻤다.

청주교구 20주년을 기념하는 신앙대회는 오전 10시에 시작했다. 제1부 기도와 특별 강론, 제2부 축하 미사, 제3부 20주년 기념식 등 3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날 미사는 정 주교를 비롯해 주한 교황대사 루이지 도세나 대주교, 전 서울대교구장 노기남 대주교, 수원교구장 김남수 주교와 교구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으며, 여기에 사제와 수도자, 신자 1만여 명이 참가했다.

강론 시간이 되어 정 주교는 강론대에 섰다. 체육관을 꽉 채운 신자들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원수를 사랑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세례성사로 그리스도의 자녀가 된 모든 신자는 그의 명령을 준수할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은 아직 세상의 빛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므로 모든 신자가 다른 이의 모범이 되고 세상의 빛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열심히 노력해주십시오.”

손뼉을 치는 신자들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감격에 겨워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고 찬미의 노래가 절로 나왔다.

밤이 되어 숙소로 돌아온 정 주교는 늘 그랬듯이 이날의 일을 자신의 일기장에 꼼꼼히 기록했다.

“10:00-18:00 청주체육관에서 청주교구 설립 20주년 기념 신앙대회, 10,000명 참석, 교황대사와 노기남 대주교, 김남수 주교….”

정 주교는 이날 참석한 지역장 여러 명의 이름과 직함을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쓰며 이들을 잊지 않기로 다짐했다. 서울에서 온 이들과 합창단도 적어두고 감사를 표현하기로 했다. 정 주교는 일기를 쓰면서 일종의 안도감과 감사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야말로 ‘야훼 이레’,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시면 할 수 있다는 것을 자기 자신에게 보여준 셈이었다.


‘교구 자립’ 무극성당 지어 실현

외국 도움 없이 예산 마련 추진

전국 교회서 성금 후원 잇따라

바오로 6세 교황도 지원금 쾌척




청주교구가 교구 설정 20주년을 기념해 건립하기로 한 무극본당은 ‘교구 최초로 외국의 도움 없이 교구 신자들의 봉헌금과 사제들의 성금, 타 교구 신자들의 후원금만으로 완공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었다. 그동안 교구가 추진해온 ‘교구 자립 운동’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였다.

교구 모든 신자들은 본당 건립을 위한 물적 봉헌 운동과 함께 ‘묵주기도 10만 단 봉헌 운동’을 진행했는데, 본당 봉헌식을 앞두고 묵주기도가 30만 단을 넘어서게 됐다. 신자들의 한마음이 무극본당에 모였고, 그 상징과 같은 본당을 보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무극본당 신자를 비롯해 청주교구 24개 본당 전 신자, 300여 명의 타 교구 사제들과 본당, 교회 기관ㆍ단체 등 전국적으로 많은 신자들이 성금을 보내왔다.

바오로 6세 교황은 본당 건축에 특별 강복과 함께 1만 5000달러(약 1700만 원)의 지원금을 보냈다. 교회 안의 관심과 사랑으로 6600㎡(2000평)의 사과밭을 정비해 드디어 건물을 올릴 수 있었다. 전체면적 443㎡(134평)에 약 7000만 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그리고 2년 후인 1980년 5월 5일 정 주교의 주례로 무극본당 봉헌식이 거행됐다.

이어 신축한 교구청사와 가톨릭회관도 개관했다. 교구 설정 2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한 교구청사 신축은 단순히 건물을 신축한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청주교구는 그때까지 본래 청주본당 사제관이었던 건물을 교구청사로 사용하고 있었다. 가톨릭회관의 개관으로 피정이나 교육을 마음껏 진행할 수 있게 돼 청주교구는 내적으로 한층 더 성숙해지는 발판을 마련했다. 정 주교는 이러한 기쁨의 순간을 신자들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영광스러웠다.

글=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

사진=서울대교구 홍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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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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